진중권 전 동양대교수 하면 진보의 아이콘으로 그의 풍자적 비평과 입담은 늘 세간에 회자됐다. 진 교수의 거침없는 화술에 관심을 갖는 데는 정의와 진실이라는 명제가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늘 진보를 대변해 왔고, 진보세력은 늘 그를 앞장세웠고, 그는 기꺼이 앞장서 왔다. ‘정의’를 모토로 하는 정의당에 몸담은 이유도 아마 같은 맥락에서일거다.

그런데 그는 조국사태를 겪으면서 정의를 독점해 온 정의당을 탈당했고, 진보를 가장한 봉건적 마인드에 충실한 진보세력과도 선을 긋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날 그가 보수를 향해 쏟아 부었던 날선 비판은 보수가 아닌 진보진영과 진보 논객들에게 그 화살을 되돌리고 있다. 그리고 그 화살은 시위를 떠나 과녁에 정확히 꽂히자 그 과녁은 몸부림치며 흔들리고 있다.

도대체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그는 왜 이처럼 돌변해야 했을까. 냉철한 분석가이며 논객인 진 교수의 변신이 시사하는 바는 참으로 크다. 그러하기에 그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분명 냉철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직감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속았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조국사태를 통해 드러난 진보진영의 위선, 독선, 거짓, 협잡 등은 정의와 진실이라는 단어와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현 정권과 범여권으로부터 연일 쏟아지는 비리와 부정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며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거란 추측이 가능해지고 있다.

뭔가를 감추기 위해 검찰개혁과 검경수사권조정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허둥대는 모습에서 이미 국민들은 눈치채버렸다. 그것은 정녕 정의와 진실의 탈을 쓴 탈춤이었다. 물론 아직 법의 판단이 기다리고 있으니 속단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국민들과 범인(凡人)은 의혹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

정의와 진실이란 단어는 법보다도 도덕과 상식에 더 가까운 의미를 담고 있다.

진중권 교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비뚤어지고 왜곡된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들은 아마 태생적으로 정의라는 DNA를 가지고 태어났기에 진영과 편을 떠나 정의사회구현을 위해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을 것 같다. 이들이 있기에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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