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달 30일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3일째 진행하고 있다고 조선중앙TV가 31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조선중앙TV가 보도한 3일 차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상에 오른 모습. (출처: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30일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3일째 진행하고 있다고 조선중앙TV가 31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조선중앙TV가 보도한 3일 차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상에 오른 모습. (출처: 연합뉴스)

트럼프 생일 축하 메시지 전달에 주제넘은 일

대통령 남북협력신년사 발표 이후 첫 반응

[천지일보=명승일, 김성완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지난 9일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우리 정부에 대해 북한이 “자중하라”고 선을 그었다. 북미대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정부를 향해 끼어들지 말라고 제동을 걸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험로가 예상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36번째 생일을 맞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한미일 고위급 안보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고 이날 귀국한 정 실장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 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11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새해 벽두부터 남조선 당국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생일축하 인사를 긴급 전달한다면서 설레발을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수뇌들 사이에 친분관계를 맺는 것은 국가들 간의 외교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하지만 남조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중뿔나게 끼어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마당에 우리가 무슨 생일 축하 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하여 누구처럼 감지덕지해 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인천공항=뉴시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 고위급 협의를 마친 후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0.01.10.
[인천공항=뉴시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 고위급 협의를 마친 후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0.01.10.

김 고문의 이번 담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협력을 제안한 지난 7일 신년사 발표 이후 나온 북한의 첫 반응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나는 거듭 만나고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갈 것”이라며 “지난 한해 지켜지지 합의에 대해 되돌아보고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 이유를 되짚어보며 한 걸음이든, 반 걸음이든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이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대한 응답도 생략한 채, 북미대화에 끼어들지 말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남북관계 역시 활로를 찾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다만, 김 고문은 이번 담화에서 미국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군사적 도발을 예고하는 위협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다. 또한 김 고문은 “우리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미대화 재개의 문이 완전히 닫혔다고 보지 않고, 북미대화의 활로를 찾는 데 나름대로의 역할을 계속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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