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2020년 경자년(更子年) 쥐띠 해가 밝았다. 올 한해는 정부와 기업, 일반 국민이 영리한 쥐처럼 민첩하고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해외에 나간 많은 국내기업들이 해외 생산설비를 정리하고 우리나라로 복귀하는 유턴 기업이 증가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세계 각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내에 있는 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을 복귀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함은 물론 규제를 완화하는 ‘리쇼어링’ 정책으로 자국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핵심 정책 과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수출과 제조업 중심 경제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턴기업 정책은 산업 정책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2013년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유턴기업에 복귀 후 최대 5년간 법인세와 관세를 면제해준다. 국가 일반산업단지나 장기임대 산업단지 등에 우선 입주할 권리를 준다. 국·공유재산의 수의계약도 해주고, 50년간 장기임대도 한다. 유턴 후 최대 2년간 늘어난 고용자 1인당 월 30만~60만원의 고용보조금도 준다. 설비자금이 필요하면 금융권에 보증을 서주고, 수출신용보증 한도를 늘려주고 보증료를 최대 20% 할인해준다.

하지만 유턴기업법 제정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성과는 미흡하다. 2014년부터 2019년 9월까지 유턴기업은 총 65개에 불과하다. 국가별로는 중국 60개사, 베트남 3개사, 방글라데시와 캐나다에 각각 1개사였다. 대기업의 유턴은 지난해 10월 현대모비스가 유일하다. 유턴기업들의 투자액은 약 1810억원, 일자리 창출 수는 1348명이다.

미국은 지난 5년간 2411개사였고 대만도 연평균 73개사로 우리에 크게 앞선다. 미국은 유턴기업 지원정책으로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라는 지원기관을 설치하고 법인세 인하와 규제 철폐 등 파격적인 조치를 취해왔다. 덕분에 미국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482개의 유턴기업 유치에 성공했다. 유턴기업이 창출한 기업의 고용효과도 미국은 유턴기업 당 일자리 창출 수는 109개로 한국(19개)의 6배 가깝다. 미국은 리쇼어링 기업으로 인한 일자리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났던 2017년에는 미국 제조업 신규 고용(14만 9269명)의 55%를 차지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유턴기업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하기 어려운 경영 현실과 현재의 정부 지원혜택도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유턴기업 인정범위가 제조업 중심으로 제한적이고 수도권 중심으로 유턴은 제약이 많으며 노동계의 과격한 투쟁과 정부의 친노동 정책도 한 원인이다.

다행이 ‘유턴기업 지원법’ 개정안이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됐다. 앞으로는 국내복귀기업의 인정대상이 기존 제조업에서 지식서비스산업, 정보통신업 등까지 확대된다. 또한 국내 복귀기업의 적정부지 확보를 위한 국·공유지 사용특례 및 임대공장 지원, 국내복귀기업 신청과 지원을 일원화하는 원스톱 지원데스크가 설치될 예정이다.

국내기업의 유턴은 우리 경제의 활력을 살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지난 연말 개정된 유턴법의 시행을 계기로 유턴기업 종합관리시스템 구축 등 정부가 유턴기업 지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유턴 기업이 국내로 돌아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산업기반 조성, 노동 생산성 제고, 세제·규제 개혁 등 범정부 차원의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유턴기업 지원제도가 마중물이 돼 금년에는 많은 기업들이 국내 복귀하는 데에 탄력을 받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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