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노동당 전원회의 삼일째 진행 김정은 주재.30일 북한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가 삼일째 평양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19.12.31
북 노동당 전원회의 삼일째 진행 김정은 주재. 30일 북한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가 삼일째 평양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김정은, 7시간에 걸친 마라톤 보고

3일차 종합 보고… ‘국가 전반’ 논의

“정치외교, 군사적 대응조치” 강조 눈길

‘장구한 투쟁’ 해석에는 의견 엇갈리기도

전문가 “北도발 가능성 있어” vs “예단 일러”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못 박은 ‘연말 시한’인 마지막 날까지 노동당 전원회의가 이어진 가운데 북한이 예고했던 ‘새로운 길’의 윤곽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드러나게 될지 주목된다. 나아가 내년 1월 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를 앞두고 진행된 만큼 그 결과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지난 28일부터 김 위원장의 주재 하에 열린 당 제7기 5차 전원회의는 31일까지 나흘째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8일 시작된 전원회의가 사흘째 진행됐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오늘도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동지께서는 전원회의에서 7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정형과 국가건설, 경제발전, 무력건설과 관련한 종합적인 보고를 하시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장장 7시간에 걸친 ‘마라톤 보고’를 하는 등 국가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해인만큼 내년도 국가전략 결정에 고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노동당의 주요 노선과 정책을 결정하는 당 전원회의가 이처럼 오래 진행된 적이 없었고, 심지어 당 대회나 당 대표자회도 이틀 이상 열린 적이 없었다는 점도 북한이 작금의 상황을 얼마나 엄중하게 판단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문은 김 위원장의 보고 내용을 부문별로 조목조목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경제사업체계와 질서, 인민경제 주요 공업부문, 농업생산, 과학 및 교육, 보건사업 개선, 증산 절약과 질 제고 운동, 근로단체 사업 강화, 반사회주의 및 비사회주의와의 투쟁 등 국가사업 전반의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뤘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군사 부분과 관련해서다. 김 위원장은 대외활동과 관련해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정치외교 및 군사적 대응 조치들을 준비할 데 대하여 보고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또 당과 국가사업 전반에 걸친 문제에 대한 해결방향과 방도들을 제시하면서 “혁명의 최후승리를 위해, 위대한 우리 인민을 잘살게 하기 위해 우리 당은 또다시 간고하고도 장구한 투쟁을 결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사실상 지금까지 협상은 뒤로하고 대북제재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투쟁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시 결심한 ‘장구한 투쟁’을 통해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다.

앞서 북한이 지난 28일 진행된 1일차 전원회의에서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국력을 가일층 강화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린다.

북한, 최대 규모 노동당 전원회의 이틀째 진행.북한이 29일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이틀째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김정은 시대 들어 당 전원회의가 이틀 이상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참석자도 역대 최다 규모로 추정된다. ⓒ천지일보 2019.12.31
북한, 최대 규모 노동당 전원회의 이틀째 진행.북한이 29일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이틀째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김정은 시대 들어 당 전원회의가 이틀 이상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참석자도 역대 최다 규모로 추정된다. (출처: 연합뉴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31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원회의 내용이 곧 신년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지만, 사실상 ‘새로운 길’을 제시한 거나 다름없다”면서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았고 표현만 달랐을 뿐이다.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달리 ‘장구한 투쟁’이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내놓은 ‘경제·핵무력 병진 노선’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는 해석과 관련해 북한이 다시 돌아가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대북제재 속에서도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쌓아 올린 경제 성과와 2016년부터 진행해 온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는 “이번 전원회의 중점은 경제 분야였다. 줄곧 강조한 것이 경제 얘기였다”면서 “물론 경계는 해야겠지만, 단 몇줄 나온 군사 관련 내용을 가지고 그렇게 분석하고 평가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연일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금강산지구 등 관광 지구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러시아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전쟁 분위기를 만들겠느냐”고 반문했다.

북한이 최근까지 대미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5차 전원회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새로운 국가 정책 노선을 당 전원회의를 통해 공개해왔다는 점에서 북한이 공언한 이른바 ‘새로운 길’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또한 북한이 비핵화협상 시한인 ‘연말’을 앞두고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등 도발의 명분을 쌓은 만큼 그간의 경제 집중 노선을 폐기하고 핵무력이나 국방력 병진 노선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전원회의의 내용이 초미의 관심사고 떠오르고 있다.

당 전원회의가 이날로 마무리될 지 여부가 아직 명확치 않은 가운데, 회의 결과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양복 입은 전원회의 참석자들북한이 지난 28일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열어 '국가 건설'과 '국방 건설'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도한 이번 회의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비롯해 당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들과 당 중앙검사위원회 위원들이 참가했다. 사진은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참석자들. ⓒ천지일보 2019.12.31
양복 입은 전원회의 참석자들. 북한이 지난 28일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열어 국가 건설과 국방 건설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도한 이번 회의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비롯해 당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들과 당 중앙검사위원회 위원들이 참가했다. 사진은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참석자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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