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권 다산경영정보연구원 원장

주 52시간 근무제도는 68시간에서 단축되는데, 우리나라 특유의 장시간 근로 관행을 최소화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고자 도입했다. 2018년에 도입된 이후 정부에서 계도 기간을 2018년 12월 말에서 2019년 3월 말까지로 연장했지만, 탄력적(유연)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에 대한 논쟁이 여전한 상황에 있다.

2020년 1월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 또한 근로시간 특례업종은 기존 26개에서 5개 업종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즉 육상·수상·항공운송업·기타 운송서비스업·보건업만 남게 됐다.

정부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들의 워라벨로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별 연장근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처벌 유예 대신에 시행을 1년 늦춤을 건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무의 효율성, 생산 저하 등을 이유로 기업경영의 압박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고, 노동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서는 찬성 비율이 높지만, 임금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가 오히려 비정규직, 미조직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반대 입장에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주간 근무시간 총량에 제한(실링제)으로서 장점은 기업 1인당 부가가치 15% 증가(한국경제연구원), 근로자 건강과 안전 유지, 산업재해 감소, 유연근무제 확대로 단기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지만, 단점으로는 집중 근무 형태이지만 단축 근무로 인해 근로자 소득 감소, 연장 근로수당이 줄어들게 돼, 특히 게임·가전업체 등은 경영상 위협요인이 돼 임금과 관련, 노사갈등을 우려하는 문제점도 있다. 나아가 소득 보전을 위해 투잡이나 이중 취업의 우려도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기업이 고객과 연결돼 실시간으로 욕구를 측정하고 반응할 수 있는 애자일(Agile) 능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고객의 욕구를 측정하고 그 욕구에 반응해야 살아 남는다. 선진 국가에서는 정부에서 세부 내용에 개입하기보다는 노사에 재량권을 부여해 기업마다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기본 방향으로 돼 있다. 독일과 영국은 평균 근로시간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지 않는 한 여러 가지 유형의 근로시간 저축계좌를 활용하고 있으며,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 단위로 설계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관리직은 비정형적이고 총괄업무의 비중이 높아 업무를 계획적으로 수행하기가 어려워 선택적으로 탄력근로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외근과 출장이 많은 영업직 등에서는 시간과 거리의 변수가 많으므로 원격근무 인정제를 채택하도록 한다. 연구개발이나 프로젝트직은 근로자의 재량 범위가 넓어 업무 방식이 기능 중심에서 제품과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므로, 간트차트와 같이 일정진도에 따른 진행 기준 근로제의 적용이 필요하다. 생산직은 업무가 일정한 주기와 수행 업무의 변동성이 적어 표준화된 업무 매뉴얼에 따라 표준근로시간제의 적용이 합리적으로 본다.

위와 같은 직군별 특성 외에 업종의 특성에 따라 편차가 크므로 적용방식도 다르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집중근무제가 필수적인 SW 개발, 연구개발이나 게임업체, 계절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 빙과·음료, 에어컨 제조업체는 예외적 업종에 해당된다. 또한 건설·조선업과 프로젝트 개발업의 경우 납기 준수를 위한 장시간 근무가 많고, 바이오산업의 경우 임상시험이 6개월 이상 소요되기도 해 특수한 업종으로 볼 수 있다. 산업체 특성에 따라 분류해 충분한 근로 빅데이터 분석, 시뮬레이션과 계도기간을 두어 적용함이 필요하다.

첫째, 중소기업 등에서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둘째, 탄력근로제는 산업체별로 특성이 다양하므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연장하도록 한다. 셋째, 노동집약적 산업인 건설, 섬유산업 등의 경우 적용을 300인 이하에서 500인 이하로 완화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하도록 하고, 기술집약형인 R&D 업체 등의 경우 100인 이하로 완화하도록 한다. 넷째, 동작연구를 통해 지속적 업무 프로세스 개선, 업무 다이어트를 하고, 조직을 사적 업무의 최소화를 추구하여 업무 매뉴얼의 표준화, 자동화, 즉 ERP(전사적 자원관리)의 확산, 결재과정의 단순화, 종이 없는 사무실을 추구함이 필요하다. 다섯째, 단축 근무에 따른 대안으로서 재택근무제의 확대와 근로시간 계좌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주말부부나 출퇴근 거리가 1시간 이상의 경우에 적용을 확대하도록 하여 효율적인 근무방식을 적용하도록 한다. 여섯째, 정부에서는 고용안정기금을 통해 임금 감소분에 대한 보전, 워크세어링을 통한 신규 채용의 확대, 단축기업에 대한 기업 우대 지원(공공조달, 정책자금 등, 산재보험료 할인 등), 생산성 혁신의 지원(컨설팅, 교육, 작업환경 개선), 과로 방지, 스포츠와 레저복지 지원으로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의무화, 여유시간에 자기계발과 OJT로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특히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취약한 근무환경에 노출된 플랫폼 경제 직종(대리운전기사, 음식배달원, 퀵서비스 등), 감정근로자, 산재사고 위험이 높은 직종과 열악한 건설현장 근로자, SW 개발과 용역업체, 협력업체,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의무 근로휴식시간제의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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