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 김명길(가운데)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김명길 대사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이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돼 매우 불쾌하다”라며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 김명길(가운데)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김명길 대사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이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돼 매우 불쾌하다”라며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실무진과 좋은 논의를 했다"면서 2주 이내에 북미 간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내용의 스웨덴 측 초청을 수락했으며 북측에도 이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美 새로운 보따리 없다는 식… 기존 입장만 고집”

“2주후 만날 의향 사실무근… 대안 가져올리 만무”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북한은 6일 북미실무협상에 대해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이 결별로 마무리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외무성은 “우리는 최근에 미국 측이 ‘새로운 방법’과 ‘창발적인 해결책’에 기초한 대화에 준비됐다는 신호를 거듭 보내오면서 협상 개최를 짖궂게 요청해왔으므로 미국 측이 올바른 사고와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정작 협상장소에 나타나 보여준 미국 측 대표들의 구태의연한 태도는 우리의 기대가 너무도 허황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했으며 과연 미국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입장을 가지고 있기는 한가 하는 의문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외무성은 “미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자기들은 새로운 보따리를 가지고 온 것이 없다는 식으로 저들의 기존 입장을 고집했으며 아무런 타산이나 담보도 없이 연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주장만을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번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으며 저들의 국내정치 일정에 조미(북미)대화를 도용해보려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려 했다”며 “이와 관련해 우리 측 협상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협상과 관련한 우리의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 외무성은 “기대가 클수록 실망은 더 큰 법”이라며 “우리는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이 조미관계를 개선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오직 저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조미관계를 악용하려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두 주일(2주일) 후에 만날 의향이라고 사실과 전혀 무근거한 말을 내돌리고 있는데 판문점 수뇌상봉으로부터 99일이 지난 오늘까지 아무것도 고안해내지 못한 그들이 두 주일이라는 시간 내에 우리의 기대와 전 세계적 관심에 부응하는 대안을 가져올 리 만무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회담을 벌였다. 이는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7개월 만에 북미 실무진이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았지만 비핵화 방식의 이견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날 북미 실무회담은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의 협상을 가졌다.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은 최종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확정짓는 ‘포괄적 합의’를 내세웠을 것이고,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시작으로 ‘단계적 합의’를 주장하며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명길 대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고, 새로운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았다”며 “미국의 위협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먼저 핵 억제력을 포기해야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말 앞에 수레를 놓아야 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북한은 ‘대북제재’와 ‘안전보장’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우리는 미국 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으로 권고했다”며 “이번 조미(북미) 실무협상이 실패한 원인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시정함으로써 대화 재개의 불씨를 살리든가 아니면 대화의 문을 영원히 닫아버리든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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