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의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이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해결하겠다며 수습안을 내놨다. 수습안에 대해 명성교회는 환영했지만 교단 안팎에서 법적 투쟁까지 예고하는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교단이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을 허용해줬단 지적이다. 사진은 예장통합에 조의를 표하는 이미지. (출처: 페이스북 캡처)
명성교회의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이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해결하겠다며 수습안을 내놨다. 수습안에 대해 명성교회는 환영했지만 교단 안팎에서 법적 투쟁까지 예고하는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교단이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을 허용해줬단 지적이다. 급기야 SNS엔 예장통합에 조의를 표하는 이미지까지 등장했다.  (출처: 페이스북 캡처)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명성교회 부자세습을 둘러싼 2년 논란의 해결을 기대했지만 또 다시 수렁에 빠지는 모양새다.

명성교회의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이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해결하겠다며 수습안을 내놨지만 그간 세습을 반대해온 교인들은 수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명성교회의 세습 논란이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문제 해결까지의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예장 통합은 26일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열린 제104회 정기총회에서 ‘명성교회 수습안’을 가결했다.

예장 통합이 가결한 수습안에는 명성교회 설립자 김삼환(74)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46) 위임목사가 2021년 1월 1일 이후부터 담임목사직을 맡을 수 있게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습안 대로라면 김하나 목사의 청빙을 무효화한 것이 아닌, 2021년까지 잠시 정지시킨 것에 불과하다.

수습안 내용 중에는 이번 합의가 법을 초월해 이뤄졌다며 누구도 교회법 또는 국가법에 의거해 이의제기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수습안에 대해 명성교회는 환영했지만 교계 안팎에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총회가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을 허용해준 것이 아니냔 지적이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는 이번 총회의 결정에 즉각 성명을 내고 비판했다. 세반연은 “104회 총회는 불법 세습을 매듭지을 기회였지만, 오히려 이를 묵인하고 세습할 방법을 알려 줬다”고 강력히 지적했다.

그러면서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 수습안으로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와 세습 지지 교인들이 받는 타격은 전혀 없다”며 “어차피 2021년 1월이 되면 김하나 목사는 위임목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예장통합의 제104회 정기총회가 열린 23일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 앞은 명성교회 세습을 찬성하는 교인들과 반대하는 교인들로 시끌시끌했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교인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4
예장 통합의 제104회 정기총회가 열린 23일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 앞은 명성교회 세습을 찬성하는 교인들과 반대하는 교인들로 시끌시끌했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교인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4

세반연은 은퇴 후 5년이 지나면 세습이 가능하도록 하는 헌법 개정안을 연구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급기야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는 세습안 철회를 촉구하며 향후 법적 투쟁까지 예고했다.

평화나무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김삼환 목사와 명성교회의 금권·위세에 굴복해 교단 헌법을 부정하고 절차법을 무시한 예장 통합 총회는 즉각 결의를 철회하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 결정이 결코 정의롭지 못하고 한국교회의 심각한 퇴행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예장 통합 총회의 결정 과정에는 명성교회 측의 개입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평화나무는 “그동안 예장 통합 교단은 각종 추진사업에 명성교회의 재정적 도움을 많이 받아왔다”며 “명성교회도 교단 관련 사업에 큰 돈을 써왔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해왔다. 찬반토론도 없이 거수 표결에 부쳐진 이번 결정 과정에 대해 김삼환 목사와 명성교회의 개입이 있었는지 철저한 검증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평화나무는 이번 예장 통합 교단의 결정과 관련, 뜻을 함께하는 예장 통합 목회자 및 교인들과 함께 전면 무효화를 위한 법적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벙커1교회에서 '2019 교단총회 참관단 출범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벙커1교회에서 '2019 교단총회 참관단 출범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세습에 반대하며 총회장 앞에서 시위를 열었던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들 역시 ‘부자 세습’ 규탄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교인들 사이에서도 분노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예장 통합 소속 한 집사는 SNS을 통해 “이 세습의 치욕에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아무 연관이 없다”며 “교회라고 말하면서 교회됨을 포기한 당신들이 이 치욕을 가져가라”고 분노했다. 한 교인은 SNS에 예장 통합의 조의를 뜻하는 이미지를 올리며 세습안 채택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비판은 교계 밖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세습안 채택 소식이 알려지자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포함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명성교회는 김삼환 교회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며 명성교회는 교회가 아닌 ‘기업’같다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예장 80%가 세습 찬성했다. 이들이 바로 사탄” “명성교회 신도들이 스스로를 시궁창으로 끌고간다” “악마를 보았다. 돈에 눈이 멀어 예수님을 팔지 말라”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명성교회 세습 반대를 위한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학생·교수들이 24일 서울 광진구 장신대에서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위한 걷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명성교회 세습 반대를 위한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학생·교수들이 24일 서울 광진구 장신대에서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위한 걷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4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