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한다고 청와대가 19일 밝혔다. 한미 정상이 만난 것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에만 벌써 아홉 번째다. 그리고 지난 6월 판문점에서 만난 이후 약 3개월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한미 정상이 양국의 현안을 놓고 자주 만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만남 자체보다 구체적인 성과로 말해야 할 때는 손에 잡히는 그 무엇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양국 간 신뢰의 바탕이며 정상회담에 거는 국민적 기대일 것이다.

이번 뉴욕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구체적인 성과로 말해야 하는 적절한 타이밍이다. 얼마 전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이후 북미 양국 간 불신은 생각보다 컸다. 그리고 이를 지켜본 우리의 실망도 매우 컸다. 종종 거친 비난전이 오가기도 했다. 특히 미국의 고압적 태도는 향후 북핵 협상의 전망을 어둡게 보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마지막 출구가 됐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새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오브라이언 특사를 임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의 굴복을 압박하던 존 볼튼 전 보좌관이 경질된 지 8일 만에 나온 결과다. 오브라이언 신임 보좌관은 볼튼의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에서도 볼튼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리고 한미 정상회담이 발표된 시점에서 나온 소식이어서 미국의 보다 전향적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이번 인사를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났다면 북핵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맡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볼튼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새롭게 펼쳐나갈 북핵협상의 방향을 파악하고 미국의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인지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과의 후속 조율도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는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비핵화 입장을 밝혀왔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도 이에 긍정적으로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양국간 협상에서는 구체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이제 북한도, 미국도 그리고 한국도 시간이 많지 않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는 결정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어쩌면 최소한의 타이밍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생산적인 조율이 보다 구체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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