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북한의 태도는 ‘통미하남’이다. 미국과 통하면서 대한민국을 무시하고 하대하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대관절 이게 무엇인가. 북한보다 국력이 40배 이상 앞서는 대한민국이 북한에 끌려다니는 듯한 한반도의 정치지형은 좀 추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 뿐인가? 우리는 일본에 무시당한데 이어 최근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전투기가 우리 영공으로 날아들어 오는 일까지 벌어져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지 않는가. 재선에 눈이 먼 미합중국 대통령 트럼프는 김정은이 미사일을 쏘아대도 마냥 예쁘다고 ‘칭찬’하고 있으니 김정은의 기고만장은 미사일보다 더 높이 날아오르고 있다.

아예 북한은 대놓고 우리를 무시하는 만용을 부리고 나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남측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지난 5월 미사일 발사는 ‘화력훈련계획’이라고 했던 북한이 이번엔 ‘무력시위’라고 한 것은 명백한 협박이다. 이제 군사기술적 실험은 종료하고 미사일을 군사적 무력시위용으로 쓰겠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호언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이 “남조선 당국자들이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이상한 짓을 하는”이라고 운운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난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이 다음 달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동맹 19-2’와 남측의 첨단 스텔스기 도입에 대한 반발임을 분명히 했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억지다.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은 지난해 중단됐다. 올해부터 대폭 축소된 형태로 진행 중인 연합훈련은 그나마 시뮬레이션 중심의 지휘소연습(CPX)이다. 북한의 트집은 미국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한국만 흔드는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이다. 또 최신형 전투기 F-35의 도입은 이미 오래전에 결정된 우리 군 현대화의 일환이다. 밥도 못 먹는 북한이야 돈이 없어서 신형 전투기를 구입하지 못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국력에서 신형 전투기를 도입하는 것은 정상적인 군력 강화사업이다. 부자인 우리가 새로운 최첨단 전투기를 사 들이는 것은 밥 먹는 일을 넘어 부자가 된 사람이 명품 백 몇 개 쯤 가지는 것과 똑같은 순리적인 것이란 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단된 군사훈련은 북한의 행동에 따라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연합훈련 재개에는 작전계획 수립과 병력 이동, 군수물자 전개 등 수개월간 치밀한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정부가 북한을 너무 의식해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지한 데 이어 이번 훈련 명칭까지 수정하겠다고 한 것이 김정은이 겁박하고 나서는 사태의 빌미를 줬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핵·미사일 위협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신형 단거리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는 50km 이하 저고도 비행으로 탐지 및 요격을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군 당국은 탐지, 추적, 탄착지점 예측에 모두 실패해 두 발의 미사일 비행거리를 이틀 동안 세 차례나 수정해야 했다. 이렇게 되면 한미가 보유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나 패트리엇(PAC-3)에 의한 요격도 힘들어진다. 이 미사일이 실전 배치되면 제주를 제외한 남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기존 미사일방어체계가 무력화될 상황에 대비한 군 당국의 대책 마련도 시급해졌다.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란 대 전제아래 이상한 댄스를 추고 있는 동안 북한은 다시 군사력에 의한 한반도 균형론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김정은 위원장의 통일관은 서서히 공격형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이 등 두르려 주고 시진핑과 푸틴이 버티고 선 백이면 한반도의 주인이 되는 일은 시간문제란 말인가? 우리 대통령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다가 뒤에서는 감히 대한민국을 ‘경고’한다는 기고만장의 오만함이 자칫 핵무기 버튼으로 손가락이 가는 일이 없기를 당분간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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