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작금의 한일무역전쟁이 한반도 통일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자. 한일무역전쟁은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힘이 더 이상 장성하는 것을 막으려는 일본의 속셈이 첫 번째 대전제이며 나아가 다가오는 통일시대 북한의 시장을 노리는 일본의 시장쟁탈 전략이 그 다음 목적임이 분명하다.

최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빠른 진전 속에서 일본은 항상 소외감을 느껴왔다. 이대로 갈 경우 일본은 동북아 안보 균형에서도 힘을 잃고 북한의 재건에서도 숟가락을 얻기 어려워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결국 일본은 동북아 중심국가로 다가가려는 대한민국에 트집을 걸고 나서는 것으로 새로운 세력균형의 추에 다가가려 한 것이다.

일본은 무리수임을 잘 알면서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2일 각의에서 의결했다. 7일 공표 후 28일부터 시행되면 지난달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으로 시작된 수출 규제 대상이 사실상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전 분야로 확대되는 것이다. 규제가 강화되는 일본의 물자는 1194개 품목이며 이 가운데 영향이 큰 품목은 159개 정도다. 각의 결정이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은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즉각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한일관계가 1965년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일본의 조치는 세계 자유무역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무역의 무기화는 촘촘하게 얽혀 있는 세계적 분업체계를 무너뜨리는 비열한 행태다. 무엇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월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자유롭게 공정하면서도 차별 없는 무역정책의 필요성을 분명히 확인했다”고 한 자신의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일본 정부는 2일 “아시아에서 한국만이 우대조치 대상국이었는데 그걸 대만 등 다른 아시아국들과 같은 급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보복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참으로 궁색한 궤변이다. 국제사회는 전략물자의 위험국가 수출을 막기 위해 4대 체제를 만들어 왔고 여기에 29개국이 가입해 이를 준수해 왔다. 이들 29개국 대부분은 서로 수출허가를 간소화해 주는 백색국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동안 4대 체제에 가입한 29개 국가 중 백색국가에 포함된 나라를 나중에 제외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는데 일본이 처음으로 한국을 뺀 것이다. 

일본이 백색국가 제외 이유로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통제가 잘 안 된다는 점을 든 것도 터무니없는 억지다. 한국이 전략물자 수출통제 면에서 일본보다 더 엄격한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외교 문제를 경제로 보복하기 위해 전혀 연관성 없는 안보논리를 끌어댄 견강부회(牽强附會)다. 아베 신조 정부가 이번 각의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하는 이유다. 아사히신문은 한 경제산업성 간부의 발언을 인용,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품목을 확대하면서 ‘수출규제 제3탄’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한 외무성 간부는 “이제부터 장기전”이라는 표현도 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또 신문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제2탄’을 시작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 간 갈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동맹국끼리의 싸움을 제어할 수 없는 모습을 드러내고, 한국이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의 재검토를 언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중재가 불발된 건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도가 낮았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한반도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우리 민족의 통일의 꿈도 흔들리고 있다. 한반도 주변국들에 대한 일본의 경제적 영향력이 보기보다 크다고 할 때 이와 같은 사태의 발발은 불안하다. 과연 한일무역전쟁의 끝은 언제일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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