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통미모남’이 무엇인가? 미국과 통하고 한국을 모욕하는 요즘 북한의 행태를 평가하는 말로 새롭게 용어로 등장시킨다. 근래 필자는 ‘통미원남’이라고 미국과 통하고 한국을 멀리하려는 점잖은 용어를 등장시켰지만 한 달도 안 되어 이 말은 ‘통미모남’으로 뒤바뀌었다. 재선에 눈이 먼 트럼프와 영구집권에 눈이 먼 김정은, 어설픈 두 지도자의 목표는 그 멀리에서 비교가 안 되지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30대 초반의 김정은 위원장의 대한민국 때리기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제아무리 호랑이의 꼬리를 붙잡았다고 해도 이건 해서는 안 되는 일임을 머지않아 김정은 위원장은 깨닫게 될 것이다.

북한 선전 매체는 지난 7일 한·미 연합 연습을 비판한 글에서 “공화국의 신형 전술유도 무기 위력 시위에 질겁한 남조선 당국이 또다시 ‘대화’ ‘평화’ 타령을 늘어놓고 있어 만 사람의 조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틀 전 “남북 경협으로 평화 경제 실현되면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 잡는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정 조준한 것이다. 하루 전 북한은 대남 타격용 신형 미사일을 동해로 쏜 뒤 외무성 대변인을 내세워 “맞을 짓을 하지 말라”는 협박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동안 대내외의 비판 속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이해하려 애쓴 문 대통령에게 면박을 주는 북의 태도를 두고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판의 빈도와 수위를 높여 왔다. 지난 4월 김정은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를 그만하라”며 문 대통령의 ‘중재자론’을 깎아내린 건 신호탄에 불과했다. 이어 6월 27일 ‘우리민족끼리’는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부르며 “동에 닿지 않는(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았다”고 했다. 실무자급을 익명으로 부를 때나 쓰는 표현을 일국의 대통령에게 사용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정은은 지난달 대남 무력시위 현장에서 “남조선 당국자는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물론 오바마 전 미합중국 대통령을 ‘검은 원숭이’로 비하하는 등 외국 정상을 인신 공격하는 북한의 막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북한의 허가받지 않은 ‘특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처럼 북을 감쌌다가 욕을 먹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외교가에선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호구로 본다는 방증”이란 말도 나온다. 북한의 대남 안하무인 행태엔 우리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청와대는 북의 막가파식 언동에 아무 반박도 하지 못하고, 남북 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도 “선전 매체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눈을 감고 있다. 밟아도 꿈틀대지 않으니 더욱 기고만장해지는 악순환이다.

문 대통령이 ‘일개 정치인’ ‘일개 관리’였다면 북의 안하무인 격 행동을 ‘너그럽게’ ‘통 크게’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우리 국민이 선택한 대한민국의 합법적 지도자이며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시대착오적 봉건 절대 왕정을 3대째 세습한 독재 정권이 우리 대통령을 모욕하는 건 우리 국민 전체를 능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인 2015년 북한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입을 용접해 버려야 한다”고 막말을 하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상대방의 국가원수를 막말로 모욕하는 것은 국민 전체를 모욕하는 것과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국민들도 박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막말에는 모욕감을 느낀다. 북한의 그런 태도는 남북 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정은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대한민국은 북한에 비해 국력이 40배 정도 앞서는 선진국가이다. 인민들의 끼 때도 해결하지 못하는 김정은 정권이 어느 국가를 모욕하려 드는가. 분별력을 되찾고 누구를 모욕하기에 앞서 자신부터 발견하는 이성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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