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지난 주 미국 대통령 최초로 북한 땅을 밟은 트럼프의 ‘영광’ 뒤에서 들려오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비극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의 동결이라는 ‘참상’의 무대 뒤에서 재선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동결’이라면 이건 완전히 다른 말이다. 즉 단지 체제보장을 넘어 미국과 북한이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요, 이는 한반도의 영구분단을 선포하는 대사건이다. 현재도 미국과 북한의 후견국가 중국은 심각한 무역전쟁을 진행 중이다. 이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밑바닥엔 해묵은 자유와 공산주의 이념 갈등이 깔려 있다. 싸움의 끝은 가늠할 수 없다. 무역전쟁이 경제에 그치지 않고 무력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보통 인간에 의한 마지막 전쟁의 주체는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와 중국·북한의 연대에 러시아가 합세하는 범공산주의 세력의 충돌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북한 핵 문제가 바로 그 현장이다. 둘 다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인데 두 이슈가 결합할 경우 문제다.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궁지에 몰리면 북한을 끌어들일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69년 전 중국의 한국전쟁(1950년) 참전도 미국의 공세를 한반도에서 차단하는 게 목적이었다. 한반도 대리전쟁을 통해 미국의 에너지를 소진시켰다. 그래서 중국은 한국전쟁 참전을 ‘항미원조 즉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는 전쟁’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북한 활용 카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나쁘지 않다. 완전한 비핵화를 거부하는 김 위원장은 미국과 협상을 연말까지 기다리겠다지만, 잘못되면 무력불사 분위기다. 북한은 지난달 신종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김 위원장은 군수공장을 시찰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사하는 인공위성을 기획기사로 내보냈다. 핵무기를 확보한 북한이 미사일과 재래식 군비까지 점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국도 협상 실패에 대비해 군사옵션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는 미·중 갈등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비유했다. 엘리슨 교수에 따르면 지난 500년 동안 신흥 강대국이 기존 패권국의 지위를 위협한 16번 가운데 12번은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 함정은 신흥 강대국(중국)과 기존 패권국(미국) 사이의 피할 수 없는 전쟁 위험으로 이어진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과 미국이 역사상 최대 충돌을 향해 몽유병 환자처럼 걷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서도 이번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옛 영광이 눈앞에 있어서다. 중국 제조업 생산량은 18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 세계의 3분의 1을 점유했다.

그러나 아편전쟁(1840)과 청일전쟁(1894)을 거치면서 폭망했다. 1913년 중국 제조업 점유율은 불과 3.6%였다. 중국은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면서 공산정부를 수립한(1949) 이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017년 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35%다. 중국 제조업이 청나라 전성기를 회복한 셈이다. 좀 더 노력하면 초일류가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중국은 ‘제조 2025’를 성공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기술을 뺏거나 훔쳤다. 또한 성장에 방해되면 주변국에 압력을 행사했다. 자유롭고 열린 세계와 평화롭게 지내지 못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우리는 경험했다. 또한 남중국해를 중국 영향권에 넣기 위해 무인도에 활주로를 만들고 군용기를 배치했다. 남중국해에서 유전을 개발하는 나라를 쫓아냈다. 이대로면 남중국해를 지나는 한국의 해상 물동량은 중국의 통제를 받는다. 중국은 나아가 군사굴기를 통해 군사적으로 초일류가 되겠다고도 한다. 지난 달 시진핑 주석의 평양방문에서 보듯 여전히 중국은 북한을 ‘안보완충지대’로 중시하고 있다. 중국의 고전적이고 현실적인 이와 같은 사고가 바뀌지 않는 한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요원하다. 트럼프의 재선 그늘에서 북한의 핵동결이 이루어질 경우 우리 민족은 반영구적 분단을 극복하기 어렵다. 왜? 한반도에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국의 핵우산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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