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전북 상산고와 경기 안산 동산고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첫 사례가 돼 정치권을 비롯해 학부모와 학생까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인 ‘자사고 폐지’를 위해 진보 교육감이 무리한 방식으로 지정취소를 강행했다고 본다. 교육정책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니 이런 무리수가 나온다. 자사고만 폐지하면 입시경쟁을 막고 공교육이 살아나고 고교 서열화가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단순한 접근방식은 잘못이다. 전북교육감은 심지어 “자사고 폐지가 대통령 공약인데 교육부 정책도 폐지로 방향이 맞춰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상산고 폐지가 정치적으로 결정됐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다. 경제, 사회, 교육 모든 분야에서 평등이란 명분을 내세우며 오직 하향평준화만 지향하고 있다. 획일적인 하향평준화는 곧 망국의 길이다.

합법적으로 설립된 학교에 불이익을 주며 적법성, 공정성조차 무시하고 폐지를 위한 평가를 진행한 정황이 뚜렷하다. 특히 교육부 권고안인 70점조차 무시하고 전북 교육청 독단으로 80점으로 커트라인을 상향해서 0.39점이 모자란다고 폐지해야 할 학교라고 정의했다. 누가 봐도 공정치 못한 평가다. 심지어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운영’ 지표에서는 5점 만점을 받아 우수한 학교임을 인정하면서 폐지로 결정한 것은 본보기로 없애려고 하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좋은 대학에 많이 진학시키는 것이 학교를 없애는 이유라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상산고는 김대중 정부의 수월성, 다양성 교육 필요로 정부주도로 탄생한 전국단위 자립형사립고이다. 개인이 사재를 털어 우수한 인재들을 육성할 자사고를 세우게 하고, 이 학교에 투자될 국가보조금을 공교육 발전에 투자하려고 만든 학교다. 국가에서 우수학생을 길러내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지는 못할망정 개인이 사재를 털어 만든 수월성 교육 시스템을 폐기하는데 혈안이 됐다. 어느 국가나 인재를 육성하는 자사고 수준의 엘리트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1년에 1천만원에 가까운 비싼 수업료를 낸다고 하지만 기숙사 생활하며 사교육을 받지 않으니 일반고 다니는 학생들과 비슷한 수준의 교육비로 보인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자기의 경제력과 실력에 맞게 선택해 공부를 잘하고 싶어 진학한 학교다. 억지로 다니란다고 다닐 수 있는 학교가 아니다. 필자도 고교시절 기숙사 생활을 했지만 기숙사 생활은 공부 못지않게 협동심, 자립심 등 인생을 살아가는 큰 가치를 배우게 해준다. 교육도 시장논리이고 학교가 경쟁력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도태되는데 학부모, 학생이 만족도가 높으면 인정해야 맞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10% 이상 신입생으로 뽑지 않아서 점수가 미달됐다는 것도 현실과 맞지 않다. 지금 시대는 차상위 가정, 사배자중에 상위권 성적을 가진 학생이 드물다.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을 억지로 끼워 맞춰 선발해도 학교에 적응하며 다니기 힘들다. 오히려 다른 지원자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 사배자들도 원치 않는 맹목적인 ‘배려’를 규정으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 다른 자사고도 사배자 전형 지원자 자체가 적어 채울 수 없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기준을 평가지표로 삼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공부 잘한다고 차별받는 이상한 나라를 만들려고 한다. 예체능이 소질이고 특기인 아이들은 자신들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예체능 학교로 진학한다. 공부가 소질인 아이들이 공부를 잘 시키는 특화된 학교로 진학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해 우수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게 명문대 진학에 훨씬 유리하다. 정부가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박탈하려 해서는 안 된다. 국가의 인재가 될 우수한 학생들이 능력을 더 발전시켜줄 학교를 정부가 앞장서 없애려고 안달이니 나라의 미래가 걱정이다. 평등이란 명분으로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또 다른 불평등이다.

자사고와 관련 없는 정치인들이 쓸데없이 참견하며 생각해 주는 척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교육에 정치를 개입시키니 과도한 충성경쟁을 하며 관련 없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 자사고를 폐지하면 부족한 실력을 보충하기 위한 사교육이 더 활성화 되고, 강남 8학군이 다시 부활하리란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자사고가 입시위주 교육을 시켜 문제라 하지만 일반고도 입시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 엄연히 대학입시가 존재하는데 자사고를 없앤다고 입시위주 교육이 사라진다는 발상 자체가 수준 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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