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굳이 아이나 여성이란 대상을 특정하지 않더라도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폭력으로 제압하는 것은 인권을 짓밟는 파렴치한 범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전남 영암에서 발생한 베트남 이주여성 가정폭력 사건은 박항서 축구 감독이 몇 년간 일군 한-베트남 우호관계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국적취득 위한 기획폭력설이 있긴 하지만 폭력남편에게 면죄부를 줄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경남 양산에서는 필리핀 이주여성이 21살 연상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2011년 한국에 들어온 이 여성은 결혼 후 7년 동안 친정에 한 번도 가지 못하고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다 사망했다. 두 사례뿐만 아니라 한국 이주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남편의 폭력 등으로 숨진 이주여성은 언론에 보도된 사례만 21명으로 충격적 수치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이 당한 가정폭력은 언어적 학대(81.1%), 한국식 생활방식 강요(41.3%), 폭력, 생활비 미지급 등이었다. 심지어 외출이나 본국 방문을 금지당하거나 신분증을 빼앗기는 사례도 많다. 이렇듯 고향을 떠나 낯설고 물설은 한국으로 남편만 믿고 이주해온 수많은 이주여성들이, 오히려 믿었던 남편의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고 있지만 언어의 장벽으로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주여성 혼인건수가 전체 혼인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통계를 볼 때 이주여성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 인권측면에서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은 이주여성을 매매혼 비슷한 방식으로 데려와 ‘소유물’로 바라보는 왜곡된 사회풍조와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고 무시하는 차별에서 벌어진다.

이주여성의 가정폭력은 상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성과 돈이 결합된 결혼이 가장 큰 원인이다. 수십 년간 다른 국가, 다른 문화에서 성장한 것도 모자라 세대 차이마저 심하게 나는 남녀가 잘 맞기를 바라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자국민끼리 결혼보다 수십 배의 더 많은 노력으로 문화적 갈등과 언어소통 장애를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이주여성으로 가정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다면 다누리콜센터(☎️ 1577-1366)로 전화하면 모국어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주여성이 아니더라도 가정폭력을 당하는 여성은 여성 긴급전화(☎️ 1366)로 전화해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전화상담이 어렵다면 365일 24시간 카카오톡으로 상담도 가능하다. 1366은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으로 긴급한 구조·보호 또는 상담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이 언제라도 전화로 피해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365일 24시간 운영하며, 피해자에 대하여 1차 긴급 상담, 의료기관, 상담기관, 법률구조기관, 보호시설 등으로 연계 서비스도 제공한다.

상담소와 쉼터를 통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주여성이 가정폭력, 한국에서의 생활, 체류 등 복합적인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폭력피해 이주여성 전문 상담소’가 전국에 5개소가 운영 중이다. 상담소에서는 모국어 상담, 통 번역, 관계기관 연계 등 맞춤형 상담과 임시보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지원을 위한 쉼터도 전국에 28개소가 있다. 이주여성쉼터는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 피해 이주여성 및 동반아동을 일시적으로 보호하고, 의료·법률 지원, 치료회복프로그램, 주거 제공, 직업훈련 등을 통한 인권 보호 및 자립지원을 하는 곳이다. 이주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시설의 위치나 내부 시설 등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어, 이주여성들이 2차 피해를 우려하지 않고도 안심하고 지낼 수 있다.

가정폭력에 대한 관대한 처벌이 이주여성 폭력으로 이어지는 만큼 가정폭력에 대해 관용 없는 엄한 처벌로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가정폭력은 반복이고 습관이다. 더 나아가 이주여성의 안정적인 체류권을 보장하고 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도록 지원해, 이주여성 또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차별 없이 생활하도록 국가와 이웃이 따뜻하게 감싸줘야 한다. 폭력 없는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이 많아야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한 사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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