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은 지난해 6월 개신교 분파인 루터교의 성지순례를 진행했다. 7대종단 지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이었던 엄기호 목사(앞줄 오른쪽에서 4번째)가 참석한 모습, 그러나 올해 네팔 성지순례에는 개신교 대표로 참석한 인사는 없었다. (출처: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천지일보 2019.6.25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은 지난해 6월 개신교 분파인 루터교의 성지순례를 진행했다. 7대종단 지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이었던 엄기호 목사(앞줄 오른쪽에서 4번째)가 참석한 모습, 그러나 올해 네팔 성지순례에는 개신교 대표로 참석한 인사는 없었다. (출처: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천지일보 2019.6.25

올해 1월 전광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이 된 후 한기총은 설립 초기 목회자들이 보였던 정치적 행보를 답습하기 시작했다. 보수 정치권에 힘을 실어주고자 교계 목회자들이 연합해 탄생시킨 한기총은 전광훈 대표회장에 와서 그 종지부를 찍는 듯하다.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 이전부터 정치에 뜻을 둔 전광훈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이 된 후 본격적인 레이스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253개 선거구에 지역연합회를 결성하는가 하면 공개적으로 기독자유당을 지지하고 더 나아가 현 정권 퇴진 운동을 하고 있다. 과격한 언행에 사퇴 및 한기총 폐쇄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본지는 전광훈 목사와 한기총의 관계를 조명하고 현상을 분석했다.

종지협 개신교 대표자는 아직 한기총 전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임기 끝난 엄 목사는 왜 아직 사임서를 제출 안했을까… “몰라”
종지협 “전임자 사임서 안 낸 일은 처음… 내부 논의 진행 중”

[천지일보=강수경 이지솔 기자] 우리나라 7대종단 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가 개신교계 대표 지도자 인준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예정대로라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개신교 대표로 종지협의 이사로 선임돼야 했지만, 현재 임명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올초 종지협 활동에 타종교의 활동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불참한 전 목사에 대한 인준을 놓고 종지협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단체 설립이후 개신교 종교지도자로는 줄곳 한기총 대표회장이 맡아왔기 때문이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홈페이지나,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회원을 보더라도 개신교를 대표하는 단체는 줄곳 한기총이었다.

◆ 종지협, 7대 종단 화합‧상호이해 목적 설립

종지협은 국내 7대 종단이 연합해 만든 단체로 1997년 10월 20일 문화관광부에 등록해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사무실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1501호다. 한기총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의 같은 층에 있다.

종지협은 종교 간 화합과 상호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사업, 윤리‧도덕성 회복 등 국민의식 개혁을 위한 사업, 통일대비 민족동질성과 상호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사업 등을 목적사업으로 정하고 이를 위해 종단들이 화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종지협에는 불교 대한불교조계종, 개신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천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원불교 원불교중앙총부, 유교 성균관, 천도교 천도교중앙총부, 민족종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이 회원 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각 단체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은 주로 7대종단이 참여하는 공식 모임에 얼굴을 보인다. 종교지도자들은 이웃종교와의 화합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매년 펼치고 있다.

종지협의 조직은 각 종교의 주요 지도자들이 대표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공동대표의장을 맡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 성균관 김영근 관장, 천도교 송범두 교령, 민족종교 박우균 회장 등이 올해 활동을 하고 있다. 개신교 대표는 아직 한기총 전 회장인 엄기호 목사로 돼 있다.

문체부가 발표한 ‘2018 한국의 종교현황’을 보면 문체부 소관 기독교 종교분야 비영리법인은 총 8곳이다. 각 교단 등의 재산을 관리하는 ‘유지재단’을 제외하면 사단법인은 한기총 단 한 곳이다. 그리고 한기총은 줄곳 문화체육관광부가 인정하는 개신교 유일한 단체라고 공공연히 소개해왔다. 종지협에 기독교 대표로 한기총이 참여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를 방증하는 것은 문체부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은 자료를 최근 평화나무가 공개했는데 한기총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총 12억 188만원의 국비를 지원받았다. 이 중 약 8억원은 이명박 정권 시절에 받은 지원이다. 이광선·길자연·홍재철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을 하던 시기다.

또 지난 2013년 민중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2008~2012년 문체부가 ‘종교문화활동지원’ 명목으로 총 19억 600만원을 지원했는데 이 중 약 8억원이 한기총에 집중됐다.

문체부에 등록된 유일한 개신교 사단법인인 한기총만이 문체부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대외적 인지도 때문에 아직도 교인들 상당수는 한기총 가입 여부가 이단을 가르는 기준이라고 이해를 하기도 한다.

제21회 대한민국종교문화축제가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7대 종단 대표가 화합을 상징하는 무지개 색 기왓장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사)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추최로 진행됐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영근 성균관장,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천주교주교회의 김희중 대주교, 도종환 장관. 엄기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정희 천도교 교령, 박우균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천지일보 2018.11.24
제21회 대한민국종교문화축제가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7대 종단 대표가 화합을 상징하는 무지개 색 기왓장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사)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추최로 진행됐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영근 성균관장,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천주교주교회의 김희중 대주교, 도종환 장관. 엄기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정희 천도교 교령, 박우균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천지일보 2018.11.24

◆전광훈 목사 종지협 활동 줄줄이 불참… 파열음

그러나 올해 1월 한기총 대표회장에 전광훈 목사가 선출되면서 종지협의 활동에 이상이 생겼다. 전광훈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에 선출된 후 종지협 행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종지협 주관으로 각 종교 대표자들이 동참한 네팔 불교성지순례에 불참했다. 또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전 목사는 다른 종교인들이 우상을 숭배한다는 이유로 타 종단이 함께하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불교계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크다. 특히 조계사에 방문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합장하지 않은 데 대해 비판한 불교계에 전 목사가 ‘좌파’라고 규정하는 등 발언이 무리수였다는 분석이다.

또 종지협이 설립될 당시인 1997년에는 한기총의 교세가 절정에 달했지만, 지금은 주요 대형교단들이 빠져나가고, 그나마 남아 있던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와 기독교한국침례회 등 대형교단들이 활동을 중단했다. 게다가 한국대학생선교회(CCC)가 탈퇴하는 등 사실상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이같은 상황에서 종지협은 혹여나 종교갈등을 일으킬까 우려해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였다.

종지협도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에 대한 종지협 이사 선임 문제를 놓고 난색을 표했다. 종지협 관계자는 전 목사의 발언에 따른 파장으로 전 목사에 대한 이사 선임이 늦어지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지는 않다”며 “전임자(엄기호 목사)가 사임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엄기호 목사가 사임서를 제출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 안(한기총)의 내부적인 사항인거 같은데, 저희는 그 부분(엄 목사가 사임서를 제출하는 것)이 먼저 선행이 돼야 하는 상황이다”며 “그래서 그 부분(전임자의 사임서를 받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종지협에서는 대응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까지 전임자가 사임서를 제출해오지 않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국내 7대종단이 함께하는 종교단체는 일반적으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더 잘 알려져 있다. 1965년 설립된 KCRP에는 개신교에서는 진보진영 교단연합기구로 분류되는 한국기독교교회협회의회(NCCK)가 참여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