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전광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이 된 후 한기총은 설립 초기 목회자들이 보였던 정치적 행보를 답습하기 시작했다. 보수 정치권에 힘을 실어주고자 교계 목회자들이 연합해 탄생시킨 한기총은 전광훈 대표회장에 와서 그 종지부를 찍는 듯하다.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 이전부터 정치에 뜻을 둔 전광훈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이 된 후 본격적인 레이스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253개 선거구에 지역연합회를 결성하는가 하면 공개적으로 기독자유당을 지지하고 더 나아가 현 정권 퇴진 운동을 하고 있다. 과격한 언행에 사퇴 및 한기총 폐쇄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본지는 전광훈 목사와 한기총의 관계를 조명하고 현상을 분석했다.
기자회견에 동원된 교인들
전 목사 등장에 일제히 환호
반대자와 격한 몸싸움 벌여
정치적 발언 쏟아낸 전 목사에
“다 우리 목사님이 뜻이 있어서”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우리 목사님은요, 하나님의 뜻을 전하시는 것이지 정치엔 전혀 관심 없으십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문재인 하야 촉구 1인 릴레이 단식 농성장에서 만난 한기총 측 한 교인의 말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다른 교인에게도 “우리 목사님이 다 뜻이 있으셔서 그런 것이지 정치와는 관계없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개신교계를 보면 그간 교인들이 목사의 주장을 마치 ‘성경’처럼 신봉하는 경우가 있어왔다. 대부분 목사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서 기인한다.
최근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행보에 교계를 넘어 사회가 떠들썩한 가운데 전 목사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을 보이는 교인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한기총 소속 교인들도 전 목사와 같이 문재인 정부를 좌파정권으로 규정하고 극단적 주장을 펼친다. 일각에서는 그것이 그들의 판단이라기보다 맹목적 믿음이라고 지적한다.
11일 열린 문 대통령 하야 촉구 기자회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전 목사에 대한 교인들의 광폭적인 지지였다. 기자회견 시작 20분전부터 모여든 200여명의 청중들이 전 목사가 등장하자 환호와 함께 박수를 쏟아냈다. 흡사 ‘태극기부대’를 방불케 했다.
특히 전 목사가 문 대통령을 향해 “북한 가서 대통령 하라” “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에 모셔놓고 너(문재인 대통령)는 그 자리(감방)로 들어가” 등의 망언을 할 때 교인들 사이에선 “옳소” 라는 말과 함께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심지어 4대강 보 해체부터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 비판 내용에 ‘아멘’으로 화답하는 교인들도 있었다.
전 목사에게는 관대한 교인들이었지만, 전 목사를 비난하는 목소리엔 너그럽지 못했다.
기자회견을 보던 일부 참석자가 일어나 전 목사의 발언에 대해 항의하자 교인들은 항의자의 머리카락을 쥐어 잡고 뒤쪽으로 잡아당겨 내쫓는 등의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이뿐 아니라 전 목사에게 다소 불편한 질문을 하던 한 기자는 지켜보던 교인들에게 둘러싸여 거칠게 밀쳐지는 등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청와대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교인들은 전 목사를 비난하는 교인들을 향해 ‘악마’부터 ‘늙은이’ ‘빨갱이’ 등 인신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교인들 사이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 우상처럼 된 ‘목사’ 뒤엔 교인이
한국교회에서 범죄 및 논란의 도마에 오른 목회자들의 사례에서는 그들을 추종하는 교인들의 무조건적인 믿음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목사의 정치적 발언에도 ‘아멘’이라 화답하는 교인들의 맹목적 믿음과 관련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교인들의 맹목적인 믿음을 일부 목회자들이 자신들의 야심이나 정치적 목적을 채우기 위해 이용하는 것에 큰 우려가 나온다.
실제 기독자유당 홍보위원이었던 장경동 목사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주일예배 때 기독자유당 홍보 영상을 틀어주며 “기호 5번, 기독자유당을 찍어 달라”고 말해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 당시 천안의 한 대형교회 목사는 성도의 국회의원 출마를 교회 주보를 통해 알리고 예배 시 스크린으로 홍보하는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목사를 향한 교인들의 무조건적인 믿음은 다른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는 현재 여성 교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지만 만민중앙교회의 대다수 교인들의 충성심은 여전한 모양새다. 이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법원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이 목사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 “성경 중심 신앙으로 돌아가야”
이와 관련해 전문가는 먼저 교인들이 깨어나서 목사의 조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 대형교회 장로는 교인들이 우선 성경을 근거로 봐야 하겠지만 사회·정치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정보를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목사들 가운데서도 성경을 정확히 가르치기보다 성경을 이용해 스스로 신격화하는 경우도 있다”며 “교인들이 목사의 말만 믿고 따라가선 안된다. 성경 한 구절 읽고 자기 이야길 하는 목사는 옳지 않다. 목사가 성경 전반의 맥을 짚고 말을 하는지 판단해야 하고 성경을 근거로 믿음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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