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이태원 시장 상가 골목은 찾는 사람이 없어 적막하다. ⓒ천지일보 2019.6.24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이태원 시장 상가 골목은 찾는 사람이 없어 적막하다. ⓒ천지일보 2019.6.24

“전체 중 30~35% 임대로 내놔”

“가게 빼고 싶어도 못 빼기도 해”

“경기침체와 맞물려 작용한 현상”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급격히 가게들이 비기 시작했어요. 지금 이태원 주위에 있는 가게 전체 중 30~35%가 임대로 내어놓은 상태예요. 미군들을 상대로 하는 업체가 많이 있다 보니 직격타를 맞았죠.”

2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부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강창수씨가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군들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이태원을 비롯해 주변 상가들이 많이 죽어가고 있다”며 “인근 상인들이 장사가 잘되지 않다 보니 경기에 많이 예민해져 있다”고 현재 상인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지난해 6월 29일 서울 용산구에 머물던 유엔군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가 73년 만에 경기도 평택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직 완전히 미군 부대가 용산에 철수한 것은 아니지만 핵심축이었던 주한 미군사령부가 이전한 만큼 용산을 활보했던 미군들의 모습을 이젠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용산 미군기지 입구이다. 현재 미군기지는 평택으로 이전했다.ⓒ천지일보 2019.6.24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용산 미군기지 입구이다. 현재 미군기지는 평택으로 이전했다.ⓒ천지일보 2019.6.24

당시 인근 상권들은 주 고객층인 미군들이 빠지자 장사가 안 되지 않을까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했다. 미군들을 주로 상대하는 상권이 다 죽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미군 부대가 평택으로 이전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미군들이 자주 찾았던 주요 상가들은 과연 어떨까. 미군들이 많이 찾았던 상권 이태원에 찾아가 봤다. 이태원 시장 주변 상가에는 몇 명의 동남아 관광객을 제외하고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평일 오후라는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사람이 없어 적막함만 돌았다.

이태원 시장 골목 안 상권은 더 열악한 현실을 보여줬다. 미군들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고 상가 내에는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리는 실정이었다. 심지어 일부 가게는 임대로 내놓기도 했다.

미군 부대 철수 이후 매출에 영향을 받은 가게도 있었다. 한 레스트로 식당 주인은 “작년에 식당을 처음 개업했는데 미군 기지가 근처에 있으니 매출이 잘 나오길 기대했다”며 “하지만 미군기지의 갑작스러운 이동으로 기대만큼 매출이 잘 나오지 않아 지장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태원에서 타투샵을 운영하는 한태선(34, 남,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씨도 이태원 상권의 열악한 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미군기지가 철수하면서 주변에 있는 상가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심지어 가게를 빼고 싶어도 가게가 안 나가서 못 빼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시장부근 임대로 내놓은 가게 모습이다. ⓒ천지일보 2019.6.24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시장부근 임대로 내놓은 가게 모습이다. ⓒ천지일보 2019.6.24

이와 달리 용산 미군기지 철수가 직접적인 타격으로 다가오지 않았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관계자는 “평일 점심때 미군들이 주로 많이 왔었는데 미군 부대 철수 후 매출이 조금 하락하긴 했지만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 옷가게 주인은 “매출에 큰 영향은 없었다”며 “미군기지 철수가 매출 하락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 같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임대료 문제와 경기가 안 좋은 것이 겹쳐서 장사가 잘 안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미군 철수가 상권이 죽는데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상가 부근에서 공인 중개사업을 하는 한 관계자는 “미군 철수가 현재 경기상황에 겹쳐 악조건을 만든 것이지 (미군 철수가) 주변 상가 경기침체를 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며 “임대료가 오르면서 감당이 안 돼 가게를 내놓는 경우도 있다. 지금 상권을 살리기 위해 임대료 내리기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자력으로 상권을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