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주한미군이 경기도 평택시에 새로 입주할 ‘캠프 험프리스’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하기 하루 전인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9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주한미군이 경기도 평택시에 새로 입주할 ‘캠프 험프리스’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하기 하루 전인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9

“악영향 없을 것” vs “당장 손님 없어”

공원화될 시 ‘상권 부흥’ 공감대는 형성

기대심리에 임대료 상승 부작용도 있어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주한미군사령부가 1945년 해방 이후 73년 만에 용산을 떠나는 가운데 미군기지 주변 상인들은 “악영향 없다” “공원 조성 기대된다” “손님 너무 없다” 등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주한미군이 경기도 평택시에 새로 입주할 ‘캠프 험프리스’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하기 하루 전인 28일 만난 서울 용산 미군기지 주변 상인들은 미군기지 이전 후 부지가 개발될 것에 기대감을 품는가 하면 당장 손님이 없다며 울상을 짓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남인석(78, 남)씨는 미군기지 이전이 상권에 악영향을 준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남씨는 “이태원은 이미 외국인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세계적인 명소이기 때문에 미군기지에 영향 받는 시절은 지났다”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기지 자리에 공원이 들어서면 더 상권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남씨는 “개발하면서 임대료가 꾸준히 오르는 건 문제”라며 “이태원에서 장사하는 상당수가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든 경우들이 많은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 땅을 공원으로 만드는 방법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용산 미군기지가 반환되면 뉴욕 센트럴파크 같은 생태자연공원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후 만난 상인들도 미군기지 이전이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이익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꽃집을 운영하는 30대 이윤현(가명, 남)씨 역시 “미군 손님 보다는 한국인 손님이 더 많다”며 “미군기지가 떠나면 당장은 손님이 줄겠지만 공원이 생기면 오히려 더 손님이 늘어날 거란 기대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박서근(가명, 30대, 남)씨도 이태원의 명성에 주목했다. 박씨는 “미군기지가 이전한다는 소식이 들릴 때부터 손님이 조금씩 줄긴 했지만 이태원의 위치는 확고하고 주변에 사는 외국인도 많기에 매출에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수제버거집을 운영하는 강유경(30, 여)씨는 “약간의 영향은 있겠지만 영업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며 “미군보다는 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주한미군이 경기도 평택시에 새로 입주할 ‘캠프 험프리스’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하기 하루 전인 28일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의 문이 닫힌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9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주한미군이 경기도 평택시에 새로 입주할 ‘캠프 험프리스’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하기 하루 전인 28일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의 문이 닫힌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9

공원화 기대감에 상가 임대료가 오르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실제 이태원 주변엔 경리단길, 해방촌 등 새롭게 주목받는 거리들도 위치해 임대료 상승을 이끌고 있었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50대 중반 김지향(여)씨는 “미군기지보다는 임대료가 문제”라며 “세탁소와 마주 보고 있는 상점도 여러 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한 공인중개사사무소는 “미군부대가 이전한다는 이야기가 있기 시작하면서부터 주변 상가 임대료가 점점 오르기 시작했고 계속 오르다보니 수지타산이 안 맞아 상권이 죽었다”면서도 “공원 계획이 표면화되면 상권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군기지 이전이 상권에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있었다.

해방촌에서 맥주집을 운영하는 이미연(가명, 26, 여)씨는 대부분의 손님이 미군을 포함한 외국인이라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씨는 “공원으로 바뀌면 새 손님이 올 거란 기대가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면서 “다른 상점들도 비슷한 의견”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씨는 “기대감 때문인지 주변에 가게를 내놓거나 한 사람은 아직 없다”며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들도 많은데 그런 곳은 거주하는 외국인을 상대로 소소하게나마 계속 장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근처 이태원에서 옷 가게를 하는 김소연(50, 여)씨는 “여기 점포들을 자세히 보면 대부분 손님이 없는데 이게 장마 때문이 아니라 미군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기지 이전이 완료되는 올해 가장 장사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삼각지역 인근에서 유리·철물점을 운영하는 김성식(가명, 60, 남)씨는 “기지를 이전하면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줄 테니 상권이 죽을 것”이라면서 “인근 아파트에 직업군인들이 월 수백만원씩 지불하며 살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다 빠져 아파트도 경매에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덕순(60, 여)씨 역시 “미군뿐만 아니라 관련된 한국 직원들까지 안 오게 돼 장사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주한미군 기지를 통폐합해 입주할 평택기지의 부지는 여의도 면적(290만㎡)의 5.5배인 1467만 7000㎡로 해외 미군기지 중 최대라고 전해졌다.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주한미군이 경기도 평택시에 새로 입주할 ‘캠프 험프리스’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하기 하루 전인 28일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인근의 한산한 거리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9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주한미군이 경기도 평택시에 새로 입주할 ‘캠프 험프리스’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하기 하루 전인 28일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인근의 한산한 거리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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