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주요 20개국 회의(G20)가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세계의 어느 지도자도 김정은 집권 후에 평양에 간 사람이 없다. 그런데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그것도 중국 국가 주석의 이름으로 국빈방문의 성격을 띠고 14년만에 평양에 과감하게 들어갔다. 과거 중국 주석 지도자중 류시아오치가 1주일, 후진타오와 장저민이 3~4일 간 것에 비하면 아주 짧은 일정이다. 

그만큼 시진핑 입장에서 북한이 전략적으로 더 중요해졌다. 지금까지 4번이나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되지만 어쨌든 하루라도 가서 자고 오려고 했던 불가피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은 중국이 살기 위해서이다. 왜 이렇게 중국이 잘 발전하고 국제적 지위도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데 살기 위해 간다는 직설적 표현을 써야 했냐면, 그것은 미국이 대중국 무역전쟁을 빌미로 국제질서라는 판을 바꾸는 파상공격을 하고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더 벌고 미국과 장기적 지구전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의 첫발을 평양을 통해 내딛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도 절묘하고 한반도에서 우리는 인정하기 어렵지만 중국은 25%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북한 핵 문제만큼은 중국이 해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재삼 미국에게 시위하기 위함이다.

소위 북한을 레버리지 삼아 미국의 일방적 공격을 피하고, 시간을 더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지속시키고 극대화 하려고 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핵 문제를 해결하고 치적으로 삼으려고 한다면 중국에게 전면적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는 무역전쟁을 조금 완화 시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안보와 경제는 중국이 책임질 자신이 있다.

북한에게도 그렇게 믿게 만들고 김정은이 미국과 핵협상을 계속 하게끔 만들겠다는 신호를 트럼프를 만나기 전에 던져 주고자 베이징은 평양행을 생각하고 단행한 것이다. 전제는 중국을 너무 몰지 말고 살살 하나씩 해결해보자는 것이다. 북한에게 영향력이 절대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부단히 무역전쟁의 이름으로 몰아붙이면 김정은을 움직여 미국과 핵 협상을 계속하지 말라고 하겠다는 뜻도 무섭지만 내포해 있다.

미국이 금번 시작한 무역전쟁을 중국 공산당은 몇 가지 양보하면 끝날 줄 알았던 것 같다. 재선을 위해서 트럼프에게 약간의 선물을 주고 끝내려고 했던 것 아닌가. 그런데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초당적으로 중국을 대하는 태도가 간단치 않다는 것을 이젠 중국이 알았다. 구소련과 일본이 미국에 대들었던 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미국이 중국을 손봐서 판을 바꾸려고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중국의 설익은 중국몽이 미국을 움직였다. 때마침 트럼프가 집권하고 날개를 달고 있다.

중국이 보도와 같이 여기는 3T라고 불리는 타이완문제, 티베트문제, 티안먼 사건을 언급하는 것을 뛰어넘어 핵심이익인 남중국해 홍콩문제까지 미국이 과감하게 건들고 있다고 중국 공산당은 생각한다. 중국 시진핑의 미앤즈(面子:체면)를 살려주면 좋을텐데 그냥 막 트럼프는 밀고 나간다. 아직까지는 전 산업분야에서 원천기술이 미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도움이 필요하다. 기술개발에 시간이 든다. 기초과학이 뒤지지 않아 언젠가는 확보하겠지만 그때가면 또 저만큼 미국이 앞서갈 것 아닌가.

미국의 시대는 끝나가고 중국시대가 온다고 인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 했는데 맞서 싸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싸우더라도 지금 질서는 깨지 말아야 하는데 트럼프의 돌진이 무섭다. 거기에 완충제 북한이 있다. 북한문제 해결을 같이 하고 미중무역전쟁도 쉬어가자는 제안이다. 그래도 한국은 슬프지만 미국에 발을 들여놓고 사안별로 일방적이지 않게 등거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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