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베이징(北京)의 소우두국제공항(首都國際空港)은 또 달라졌다. 정리정돈이 잘 되고 치밀하고 세련미가 넘치지는 않았지만, 규모의 웅대함은 모든 사람들의 기를 꺾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베이징에 갈 때 마다 느끼는 기분이 남달랐지만 금번 베이징행은 짜증남으로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중국이 공들여 추진하는 이따이이루(一帶一路) 국제정상포름 2차 대회가 때마침 시작되는 날이었다.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첫날에 그것도 중국에서 가장 이용률이 높고 수도에 자리 잡은 공항을 통해 중국에 갔으니, 상상을 해봐도 어떠할 것이라고 추측이 가능할 것이다.

검은 전투복에 총을 차고 순찰하는 요원들과, 공항 관리자들의 도가 넘쳐나는 검색은 불편을 뛰어 넘는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어렵게 공항을 빠져 나와 숨을 돌렸지만 두 번째 답답함은 시작에 불과했다. 꽉 막힌 공항고속도로 때문이다. 시내로 들어가는 방향이 막혀 모든 차량들이 꼼짝달싹을 못한다. 아마도 37개국 정상들과 150개 단체들이 참여하는 이번 이따이이루회의 당일에 도착한 귀빈들이 있어, 고속도로를 통제하고 모든 차들을 우회 시키니 차량들이 막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항에서 천안문 광장 부근이 목적지이다. 1시간 반 정도면 갈 거리인데 3시간 정도 걸려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시내로 들어가는 우회 도로 주요 길목에도 빨간 완장을 찬 동네 통 반장들까지 길가에 나와 경계를 늦추지 않는 광경들이 연이여 목격된다. 바로 허기를 달래고 휴식을 취한 후 천안문 광장 쪽으로 갔다. 광장을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인민대회당 앞에서 정상맞이 행사를 하는 모양이다. 의장대와 보안요원들이 30m간격으로 도로변에 촘촘히 기립해 있다. 광장 남동쪽에 보안 검색대를 만들어 놓고 주변을 지나가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검문하면서 통과 시킨다. 그 넓은 천안문광장 중심은 텅텅 비어있다. 평상시면 중국 각 지역에서 온 내국인과 외국 관광객으로 인산인해(人山人海)가 되는 광장이 훤히 뚫려있으니 이것도 색다른 광경으로 다가온다. 

겨우 열어준 부분은 우리도 TV에서 자주 보는 모택동 사진이 있는 자금성 들어가는 입구 일부분이다. 그곳에서 천안문에 온 관광객들은 사진도 찍게 하고 자금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허락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금번 베이징행은 일반 시민들의 모습들을 직접 체험하는 쪽으로 설계해서 그런지 색다름을 듬뿍 안겨준다. 대중 교통을 통해 일상의 시민들을 관찰할 시간을 많이 가졌다. 전철만 해도 총 5시간 정도 이용한 것이다. 유학시에는 2개 노선뿐이었다. 지금은 15개 노선이란다. 쉽게 말해 서울역에서 평택 천안역까지 갔다 온 시간을 전철을 타고 다녔다. 전철에서 가장 눈에 띠는 광경이 있었다. 한국의 전철도 보면 너도 나도 휴대폰을 보고 있는 광경이 보편적이지 않는가. 중국 전철 모습도 판에 박힌 듯 똑같았다. 그런데 한 가지 한국과 다른 것이 있었다. 그것은 20대 30대 40대만 전철에서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년과 노인분들은 보기가 쉽지 않다. 베이징대학에 유학할 때 유학생들이 자주간 곳이 있다. 우따오코우(五道口)이다. 

베이징어언대학도 그 곳에 있다. 세계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유학생들이 가장 많은 학교일 것이다. 옛 생각에 가봤다. 26년 전 시골 같던 곳에 전철역도 생기고 현대적 건물들이 즐비하다. 

마침 퇴근시간이 다돼서 전철을 이용해서 그런지 승강장 안까지 들어가는 사람들의 줄이 한 500m 정도 서 있다. 모두들 청년뿐이다. 너무나 확연히 “젊은 사람들 뿐 이구나!”라가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인구도 많은 곳에 생산활동이 가능한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양적으로 많으니 질적으로 우수한 인재가 넘치겠구나! 라는 생각들이 문득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