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서울시는 지난해 2월 2030청년임대주택을 2022년까지 8만호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74개 사업지 가운데 10개소가 공사를 시작했다. 어제도 청년주택 건립 뉴스가 여기저기 떴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한 호텔을 개조해 청년이 살 수 있는 주택을 확보한다고 한다. 우선 기사 제목부터 살펴보자.

“서울 종로 베니키아호텔,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탈바꿈” “동대문 베니키아호텔, 직장인·대학생용 청년주택 변신” “종로 베니키아 호텔, 역세권 청년주택 238가구로 변신” “서울 도심호텔→역세권 청년주택… 종로 베니키아호텔 첫 적용”

제목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호텔을 청년주택으로 변신시킨 꿈의 주택이 탄생한 것처럼 들린다. 제목만 보면 서울시가 청년들을 위해 획기적인 주거대책을 실행하는 지자체라는 느낌이 든다. 과연 그럴까.

‘역세권 청년주택’을 많이 들어 본 사람도 있겠지만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정확히 어떤 건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보면 역세권에 청년주택을 짓겠다고 하면 일반 주거지에서 상업지로 용도변경이 가능하다. 용적률도 상향된다. 금융지원도 받는다.

청년주택은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로 나뉜다. 서울시 보도자료를 보면 공급 되는 주택 수가 238호인데 그 가운데 공공임대주택은 31호이다. 전체의 13%에 불과하다. 나머지 87%는 민간임대다. 여기서 말한 임대주택은 박근혜 정권 때 도입한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적지원임대주택이라고 ‘개명’을 해서 부르고 있다. 매년 5% 이하로 인상하고 최대 8년 동안 임대하는 제도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토지, 세금, 금융, 용적률, 건폐율 등을 지원했다. 이에 대한 강한 비판이 제기되자 문재인 정부는 공공 토지를 지원하지는 않겠다고 했지만 나머지 지원은 계속하고 있다.

베니키아호텔의 ‘역세권 청년주택 변신’은 호텔 구조를 변경하지 않고 리모델링해 청년들에게 공급하는 첫 사례다. 도심 속 업무용 건물을 주택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에서 대도시 주택정책의 변화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지난 해 박원순 시장이 유럽 순방 중 ‘업무용 빌딩을 임대주택, 분양주택으로 전환하는 구상’을 내어 놓은 바 있는데 말이 실행되는 사례이다.

서울시 ‘청년주택’은 청년들에게 직주근접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할 수 있지만 땅과 건물 소유주에게 특혜를 주는 문제가 있다.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용도변경과 용적률 상향, 8년 후 민간임대주택을 분양하게 한 건 특혜가 아닐 수 없다. 큰 특혜를 주었음에도 8년 밖에 못 산다. 공공임대비율은 10%밖에 안 되는 경우조차 있다.

서울시의 ‘2030 청년주택’을 어렵게 사는 청년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택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베니키아호텔의 경우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주택은 13%에 불과하다. 나머지 87%는 임대료가 시세의 85~95%에 이른다. 집을 갈구하는 청년들에게 큰 기회가 왔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총 공급량의 80~90%에 이르는 ‘청년주택’은 가난한 청년에게 그림의 떡이다.

청년들은 2030 청년주택에서 계속 살 수 없다. 공공임대에서는 최대 6년밖에 살지 못하고 민간임대에서는 최대 8년까지만 살 수 있다. 민간임대 입주 청년 가운데 일부는 분양 받아 같은 단지에라도 계속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청년들은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집은 몇 년 살고 떠나는 곳이 아니다. 살고 싶으면 계속 살 수 있어야 집이다. 주거권의 핵심이 ‘계속 살 권리’, 곧 점유권 보장인데 ‘2030 청년주택’ 거주자는 계속 살 권리를 부정 당한다. 8년은 금방 지나간다. 8년 뒤 생활이 많이 낳아져 크고 안락한 집으로 옮겨 살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이사 갈 수 있는 ‘집’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서울시는 용적률 등의 제도 변화 말고 사실상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공급하는 주택이 2030 청년주택이다. 주거권 관점에서 볼 때 많은 문제가 있다. 프랑스처럼 공공기관 또는 지자체가 토지를 사들여 100%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한 곳에서 계속 살 수 있고 동시에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계층으로 대상을 넓혀야 한다. 지하, 옥탑, 고시원, 쪽방 거주자와 거리 생활자에게 살만한 집을 제공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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