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요모조모] 노동부는 ‘안전한 일터’ 보장하라
[세상 요모조모] 노동부는 ‘안전한 일터’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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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지난 해 12월 청년노동자 김용균이 석탄 운송설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참담한 죽음이었다. 김용균은 혼자서 어두컴컴한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진 탄을 정리하다가 존귀한 생명을 잃었다. 구조적 타살이자 사회적 타살이다.

김용균의 죽음 소식을 듣고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며 정부와 국회, 그리고 대한민국에 물었다. 구의역에서 청년 김씨가 죽음을 당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청년이 목숨을 잃었냐고 물었다. 두 사업장 모두 공기업인데 국가는 무엇을 했기에 계속해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왜 날마다 비정규직은 죽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공기업 정규직화 대통령 공약은 어디 갔느냐고 물었다. 이게 나라냐 하고 함께 외친 사람들이 집권했는데 왜 여전히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이냐’고 물었다. 사람이 먼저라고 했는데 왜 노동자의 목숨이 위험 속에 방치돼 있느냐고 물었다. 물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된다.

어머니가 나섰다. 김용균 어머니다. 똑같은 경험을 한 다른 부모들도 나섰다. 내 자식이 무엇 때문에 죽어야 했느냐고 물었다. 김용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청년과 노동자들이 죽음에 노출되어 있는데 왜 바로잡지 않느냐고 물었다. 왜 비정규직은 어제도 죽고 오늘도 죽어가고 내일도 죽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내 아들 김용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다시는 죽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절규했다.

많은 국민들이 함께 외치고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가 전면에 나서자 28년 동안 꿈적하지 않던 산업안전보건법에 균열 조짐이 일었다. 모든 법률은 힘의 관계의 표현이다. 산업안전보건법 또한 힘의 관계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을 죽게 만드는 법률, 자본 측에 기울어진 법률이 바로 산업안전보건법이다. 죽음의 외주화를 막는 규정을 두지 않고 원청의 책임을 명시하지 않아 노동자의 죽음을 조장해온 산업안전보건법. 자본과 자본의 영향력 아래 있는 국가 기구에 기울어져 있는 위험한 법률이다.

김용균의 죽음이 계기가 돼 산업안전보건법에 균열 조짐이 생긴 건 국민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행동하겠다는 의지가 모아졌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2월 27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김용균의 어머니와 유가족, 안전단체, 노동시민단체가 요구하는 안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힘의 관계상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면서 피눈물을 삼켰다.

정부여당 인사들은 야당 때문에 이 정도에 머물지만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시행령에서는 발전된 내용을 담겠다고 했다.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노동부가 내어 놓은 시행령 안은 화학물질 도급 사전 승인 대상을 ‘황산, 불산, 질산, 염산을 취급하는 설비를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으로 한정하고 사고가 많이 나는 건설기계 분야는 대부분 제외했고 노동자의 알권리 보장과 작업중지권에 대한 규정이 미약하다. 원청에 대한 책임 규정이 희미하다. 산업재해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입법 예고안을 강력히 비판했다. 어머니 아버지의 말을 들어 보자.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국가가 있는 것인데 정부와 정치인들은 더 이상 국민들을 세 치 혀로 농락하고 기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김용균님의 어머니 김미숙씨)

“매년 2400명이 일하다 죽고, 오늘도 몇 명의 노동자가 죽겠지만, 기업들은 두려움이 없습니다. 새로운 노동자를 구해서 대체하면 그만이니까요. 어제 노동자가 죽은 그곳에서 똑같은 이유로 오늘도 노동자가 죽어갑니다.”(삼성에서 얻은 직업병으로 목숨을 잃은 황유미님의 아버지 황상기씨)

“지금과 같이 막을 수 있는 사망사고, 순전히 ‘인재’인 사망사고를 방지하려면 강력한 처벌이 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 산재 유가족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도 후보 시절 약속하신 그런 법을 만들어 주십시오.”(제주 생수공장에서 기계에 끼여 숨진 ‘현장 실습생’ 이민호님 아버지 이상영씨)

“시행령에는 원청 기업에 책임을 묻는 조항이 빠지고 방송노동자를 비롯한 많은 영역이 법의 적용에서 제외됐다. 구체적인 제제나 규제 방안이 실종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유명무실한 법이 되고 말았다.”(노동인권 문제를 제기하다가 세상을 떠난 이한빛님의 아버지 이용관씨)

잘못된 법률과 위험한 노동 환경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게 된 자녀를 둔 부모들의 말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처절한 절규이다.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들은 귀담아 듣고 즉시 응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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