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때는 대한민국을 쥐고 흔들었던 개신교 대표연합기구다. 이제는 뼈대만 남았지만 재건을 위해 몸부림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최근 익명의 한기총 관계자에 따르면 한기총은 정치세력화를 꿈꾸고 있다. 기점은 내년 총선이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지역 목사들과 지역 정치인이 하나 된 세력을 만들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갖고 있다. 기독교 정당의 재기도 노린다.

기득 종교인 덕에 정치도 언론도 한기총의 행보에 관대하다. 사실 한기총은 시작부터 종교가 아닌 정치가 뿌리였다. 5공 종교대책반의 작품으로 불리는 한기총은 5공화국을 돕기 위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정권의 우군을 자처하며 역대 대통령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그 결과 보이지 않는 힘이 한기총에 쥐어졌다. 한기총 대표는 대통령과 밥 먹는 자리였고, 대통령 후보마다 한기총 대표를 예방했다. 그 누구도 이를 비난하지 않았다.

선거 때는 노골적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했다. 헌법의 정교유착 금지는 이들과는 상관없는 법처럼 보인다. 헌법을 짓밟고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갖는 것이 대한민국 목사들의 실태다. 현 한기총 회장인 전광훈 목사 역시 선거철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과 활동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목회자들의 정교유착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아 거론이 무의미할 정도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교유착의 개념이 목회자들에겐 보이지 않는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처럼 기성교회 목회자들이 하는 정교유착은 ‘복음화를 위한 성사업’으로 평가되고, 소수 종교인과 정치인의 만남은 ‘정교유착’으로 폄훼된다. 문제는 이런 이중잣대가 일반화되고 먹힌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에 대한 평가는 기성종교냐 아니냐로 구분되는 듯싶다. 이렇듯 기성종교의 부패엔 한없이 관대한 분위기는 기성종교의 타락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기성종교는 잘 못 건들면 골치아프다’는 생각이 정치인이나 언론, 사법기관에 팽배하다. 그러나 부패한 종교를 방치하면 나라가 골병든다. 더 썩어 냄새나기 전에 도려내야 새살이 돋는 법이다. 정치인들에게도 국민에게도 언론에게도 ‘종교’에 대한 분별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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