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천 진술과 여론’ 압박감으로 작용

뇌물혐의, ‘포괄일죄’ 적용여부 쟁점

차관 임명 당시 인사검증의혹도 제기

[천지일보=김수희 기자] 지난 22일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차관의 ‘야반도주’ 시도가 검찰 수사망을 좁혔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김 전 차관의 야반도주를 선택한 의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26일 오후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된 천지일보 천지팟 ‘박상병의 이슈펀치’에 출연해 김 전 차관이 해외출국을 시도하게 된 심리적인 배경에 대해 짚어봤다.

이 교수는 먼저 검찰 수사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이 상당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조사를 받으면 참고인이든 피의자 조사든 검찰 조사 자체가 위압감이고 스트레스”라며 “김 전 차관도 높은 사회적 위치에 있다가 검찰 조사대상이 된 데 대한 중압감이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진술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과 국민 여론을 감안할 때 재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김 전 차관의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윤씨가 입을 열기 시작한 상황에서 성동영상뿐 아니라 뇌물, 골프 등에 관한 사실이 나오게 되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며 “뇌물죄가 드러나면 공소시효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차관은) 남아 있다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여겼을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모르지만 국민 여론을 감안할 때 (조사가) 상당한 강도로 시행될 것이고 자신이 벗어날 길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뇌물죄를 꼽았다.

뇌물죄의 경우 1억원 이상이면 공소시효가 15년이다. 이를 적용하면 김 전 차관이 1억원 이상 뇌물을 받았을 경우 2024년까지 공소시효가 인정된다.

하지만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건네줬다고 진술한 금액은 ‘수천만원’에 불과하다.

이에 이 교수는 검찰이 ‘포괄일죄’ 적용으로 상황을 모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괄일죄란 여러 번에 나눠진 범죄 행위임에도 포괄적으로 하나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경우 하나의 죄로 판단해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뇌물수수 혐의에 포괄일죄를 적용하는 데도 쟁점은 남아 있다. 적용할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를 적용하려면 일어난 시기가 비슷해야 하고, 신분 변동도 없어야 하며, 직무 연관성이 유사해야 한다”며 “만약 적용한다면 2007년과 2012년 각각 받은 뇌물을 한 가지 범죄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적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야반도주’ 시도 이후 김 전 차관이 낸 입장문에 대해선 “이런 변명 자체가 국민에게 희화화되는 것”이라며 “차라리 당당하게 법적 전문가답게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입장문에 있던 ‘죽어도 조국에서 죽어 조국에 뼈를 묻을 생각’이라는 발언에 대해선 “이 사건 자체를 정치적 쟁점화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사건 자체를 특정 진영의 유리한 구도로 몰고 가기 위한 전략적 시도로 자행되고 있는 사건이라는 ‘다른 프레임’을 갖고 가기 위해 사용한 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사검증과정에서의 의혹도 제기했다. 그중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 전 차관 임명 당시 성관계 등이 담긴 동영상에 대해 어떤 내용으로 보고 받았는지를 핵심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장·차관을 내정하고 임명하는 데 있어 검증절차가 굉장히 철저하다”며 “여러 제보가 들어와도 무기명으로 들어온 정보는 신빙성이 있어도 채택하지 않는다. 엄중하게 봐야 하는 내용은 경찰, 검찰, 국정원의 정보”라고 말했다.

이어 “세간의 평가가 아니라 수사 진행상황에 대해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니까 경찰이 별도로 보고하는 것”이라며 “(동영상이 청와대에 보고됐을 당시) 상당한 논쟁이 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사안의 중대성이 있기 때문에 회의석상에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소수라인이 보고 판단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수라인은 수석, 비서실장,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당시 민정수석은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 비서실장은 허태열 전 비서실장이었다.

이 교수는 “이 부분(김학의 성관계 의혹 영상)은 민정수석이나 비서실장이 결정할 수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본인이 아니라고 하고, 검찰보고도 단정적으로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임명 철회하는 건 인사권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보고받은 내용이 단정적이었냐는 것에 따라 이번 김 전 차관의 임명 배후 문제까지도 불거질 수 있다는 의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