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봄날의 유치원 - 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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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유치원

강경호(1958~  )

유치원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암탉의 뒤를 따라가는 병아리들 같다 
담장에 기대어 있던 쥐똥나무들이
가지를 흔들어 아는 체한다
책가방을 던지고 아이들이 미끄럼을 타자
그것을 지켜보던 개나리꽃들이
별꽃 모양의 노란 하트를 보낸다

아이들이 시이소를 타며 공중으로 올라
키가 큰 매화나무와 눈 맞추자
이제 막 망울을 벙그는 매화꽃들이
폴폴 향기로운 하트를 보낸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아이들이 부르는 노랫소리
아이들이 합창하는 기역 니은 디귿 ……
그 소리들을 먹고 어린 나무들은 자란다

 

[시평]

얼마 전의 일이었다. 개학을 앞두고 유아원이 어려움을 겪었다. 서로의 입장이 달라 개원을 하느냐 마느냐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새봄을 맞아 모든 만물이 새로운 힘으로 돋아나고, 그리하여 매화도. 개나리도 벚꽃도 모두 모두 벙그는데, 아이들은 암탉의 뒤를 따라가는 병아리들 같이, 하나 둘 소리를 맞추어 선생님의 뒤를 따라 유아원 안으로 들어간다.

유아원에는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미끄럼틀도 시이소도 또 많은 놀이기구들도 있다. 책가방을 저마다 던져놓고 아이들은 미끄럼틀로, 시이소로 달려가 미끄럼을 타거나 시이소를 타며 논다. 이런 놀이기구를 타며 노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바로 이제 막 벙글고 있는 매화며 개나리이며 또 벚꽃이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아이들은 개나리가 보내는 별 모양의 하트를, 매화의 그 예쁜 꽃과 눈 맞추며, 풍겨오는 향기를 흠뻑 맡으면서, 이 새봄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피어나고 있다. 이제 막 새로운 주인공으로 이 봄 다시 태어나는 이들 어린이들. 그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아이들이 부르는 노랫소리, 아이들이 입 모아 합창하는 기역 니은 디귿 ……. 그 소리들을 먹고 어린 나무들은 자란다. 우리들 희망이 자란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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