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북한의 봄 - 이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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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봄

이길원(1944~  )

벚꽃 분분한 여의도의 3월
이제는 대학생이 된 탈북 소녀
한숨 섞어 이야기한다

-북한에도 봄은 오지요
허지만 꽃은 눈에 들지 않고
밭에 심을 종자 들고 고민했답니다.

차라리 먹어 버릴까
봄마다 
봄마다
고민했었지요.

[시평]

봄은 온 천지 어디에고 온다. 어제까지 죽은 듯했던 땅이 활기를 되찾고, 그래서 푸릇푸릇 새싹들이 돋아나고, 나무들은 꽃봉우리를 터트려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봄이면 늘 우리를 화사하게 만드는 벚꽃. 여지없이 이 봄에도 그 꽃망울을 터뜨린다. 그래서 여의도 윤중로는 온통 벚꽃으로 화려한 세상이 된다.

탈북을 하여 어렵사리 학교를 졸업하고 새봄 새내기 대학생이 된 탈북 소녀. 봄이 와서 온 천지가 꽃 세상이 된 봄날을 맞이하니, 두고 온 고향 생각이 난다. 고향에도 봄이 왔을 것이고, 또 꽃들도 피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두고 온 고향이 새삼 그리워진다.

그러나 북에도 봄은 오지만, 그래서 온 세상이 꽃 세상이 되지만, 꽃은 눈에 들지 않고 밭에 심을 종자 들고 고민하던 고향에서의 봄.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심어야 할 이 곡식종자, 먹을 것도 없어 굶주려야 하는데, 차라리 이 곡식종자 심지 말고 지금 고픈 배를 위하여 먹어버리고 말까.

봄의 꽃들보다도 먼저 찾아와 힘들게 했던 배고픔의 그 봄. 이제는 대학생 새내기가 된 탈북소녀, 새내기가 되어 맞는 그 첫봄. 두고 온 고향의 생각에 그만 봄이 봄이 아닌 슬픔의 봄이 되고 있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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