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산수유 - 최금녀
[마음이 머무는 시] 산수유 - 최금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수유

최금녀(1939~  )

해마다
꽃샘 잎샘 결에
아른아른 소식 전하는 계집애
어렸을 적 남겨놓고 온 그 계집애 보러 간다

산수유를 닮아
귀밑털 샛노란
오소소 소름 돋던 그 계집애를

내 마음 늙지도 않아
해마다 3월 중순
뜬마음으로
구례군 산동면 대평리로 간다.

[시평]

봄소식을 전하는 꽃 중에, 그 중 일찍 피는 꽃이 산수유이다. 산수유는 이른 봄 잎들이 나오기 전, 샛노란 꽃들을 피운다. 손톱 크기 남짓한 작은 꽃들이 20~30개씩 모여 조그만 우산모양을 만들면서 나뭇가지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뒤덮는다. 수십 그루 또는 수백 그루가 한데 군락을 이루며 피어나고 있기 때문에, 산수유가 이루는 꽃동산은 참으로 장관이다. 아직 쌀쌀한 봄기운 속에서 봄날의 새 생명으로 피어나는 산수유는 봄날 우리들이 만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광 중 하나이다.

산수유가 필 무렵이면, 봄은 봄인데 날씨가 쌀쌀해지고 바람 또한 차갑다. 그래서 이러한 날씨를 우리는 꽃샘추위라고 한다. 꽃만을 시샘하는 것이 아니라, 마악 돋아나는 가녀린 잎새들의 그 여릿여릿한 아름다움까지를 시샘하는 날씨이기도 해서 잎샘추위라고도 부른다. 그렇다 아무리 꽃샘, 잎샘으로 날씨가 차가워도 봄은 봄이다. 이러한 봄날에 마음이 어찌 들뜨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 들뜬 마음 부여안고 해마다 3월 중순이면 구례군 산동면 대평리, 산수유 군락을 이루는 그 장관 만나러 간다. 어릴 적,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몰래 바라다보았던, 오소소 소름 돋던 그 계집애의 샛노란 귀밑털과도 같은, 그래서 더욱 마음 설레게 하는 꽃, 산수유 보러 간다. 그래서 이 봄에도, 내 마음 다시 들뜬 어린 시절의 그 마음이 된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