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삶] 자생식물과 함께하는 삶
[생명과 삶] 자생식물과 함께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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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절기인 우수(雨水, 2월 19일)에 어우러지게 전국적으로 눈과 비가 섞여 내리고, 삼라만상이 잠을 깬다는 경칩(驚蟄; 3월 6일)이 바로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남쪽으로부터 들려오는 꽃 소식과 함께 눈밭 위로 솟아오르는 복수초와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산수유나무의 노오란 꽃망울도 움터 나오기 시작하며, 개나리, 진달래, 할미꽃, 제비꽃들이 자태를 뽐내는 새봄 기운이 흠씬 느껴지기 시작하고 있다.  

철 따라 산과 들에 피고 지는 이름 모를 들풀로만 여겨지던 야생식물이 우리가 아끼고 보존하며 개발해야 할 소중한 자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정감이 가는 제비꽃, 은방울꽃, 할미꽃 등은 원래부터 우리나라에 터를 잡고 자라온 자생식물(自生植物)이다. 그에 비해 아카시아나 토끼풀 등은 외국에서 들어와 토착화된 귀화식물(歸化植物)이다.   

자생식물은 특정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식물 중에서 원래부터 그 지역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상(植物相)을 지칭하는 말로 산림임업용어사전에 ‘어떤 지역에 옛날부터 자연적으로 분포하며 사람의 보호를 받지 않고 증식해 생활을 계속하는 식물’로 정의돼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특산식물은 61과 172속 393종으로 단위면적으로 비교해볼 때 중국이나 일본보다 다양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귀화식물은 400종이 넘게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자원으로 이용 가능한 자생식물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 특정 자생식물이 국외로 반출돼 개량된 다음 다시 도입돼 이용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실례로 수입 관상식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미스김라일락(Miss Kim Lilac)’을 들 수 있다. 

미스김라일락은 해방 후 군정기 시절인 1947년에 미군정청에 근무하던 식물채집 애호가 엘윈 미더(Elwin M Meader)가 도봉산에 분포하고 있는 수수꽃다리속 식물에 속하는 털개회나무의 종자를 채취해 미국으로 가져가 원예 품종으로 개량해 붙여진 이름이다. 라일락 앞의 미스김은 당시 식물자료 정리를 도와줬던 한국인 여직원의 성을 따서 붙여진 것이다.

최근 일부 식물에 한정돼 자원화가 이루어져왔던 자생식물이 우리 미래의 주요 식물자원으로 떠오르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우리 주변에 야생화를 재배해 판매하는 자생식물원이 많이 늘고 있는 것으로부터 알 수 있다. 자생식물의 대중화를 위해 지자체들이 앞장서 매년 ‘우리꽃 박람회’를 개최해오고 있으며, 야생화 보급을 통한 우리 꽃길 사업도 전개되고 있다. 올해도 1997년 시작된 ‘고양국제꽃박람회’가 4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주변 환경을 밝고 아름답게 해주는 자생식물은 원예작물이나 약용작물로 개발해 국가의 부(富)를 키울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그 실례로 이른 봄부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선화나 튤립과 같은 원예 품종의 개발로 국부의 원천을 마련한 네덜란드의 예를 들 수 있다. 베란다나 실내에 화려하게 장식돼 있는 양란, 축하 꽃다발의 주인공 역할을 하는 화려한 장미 그리고 어버이날의 상징화인 카네이션도 야생식물로부터 개발된 품종들이다.   

우리는 한약을 선호하는 민족이다. 자생식물이 인삼, 당귀, 구기자, 계피, 감초 등과 함께 약용식물 자원으로 이용될 경우 국민의 건강 보전은 물론 높은 수익의 창출에도 크게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서 자생식물이 우리 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해 아끼고 보존하며 개발해야 할 소중한 자원식물로 자리하고 있다.

농가나 자생식물원 등에서 개량 육종하고 있는 야생화 품종 규격의 제도화와 상품화를 통한 고부가 가치의 창출과 함께 자생식물의 보존 대책 마련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생식물 재배 농가의 지원과 연구자 육성 방안과 함께 그들의 권리 보호, 개발 식물의 유통구조 개선과 수출 방안 등의 마련을 위해 정부와 연구기관 그리고 생산자들이 함께 뜻을 모아 적극 나서야 한다. 

자생식물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일반 대중의 자생식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교육의 장도 마련돼야 한다. 외국으로부터 수입돼 우리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관상용 식물의 자리에 우리 자생식물을 개량해 만든 원예식물들이 자리매김하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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