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삶] ‘봄처녀’가 안겨주는 꿈과 희망
[생명과 삶] ‘봄처녀’가 안겨주는 꿈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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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일 년 사계절을 ‘봄은 처녀, 여름은 어머니, 가을은 미망인, 그리고 겨울은 계모’로 비유하는 폴란드의 속설이 있다. 이 말에는 봄은 처녀처럼 부드럽고, 여름은 어머니처럼 풍성하지만, 가을은 미망인처럼 쓸쓸하며, 겨울은 계모처럼 차갑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화사한 꽃들과 새싹이 피어오르는 부드럽고 아리따운 계절 봄을 맞이하며, 이은상 님의 시조를 가사로 홍난파 님이 작곡한 가곡 ‘봄처녀’가 떠오른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고.

노래 가사 ‘봄처녀 제 오시네’에서 ‘제’는 ‘저기에’의 줄임말로 계절의 흐름에 맞춰 봄처녀가 ‘저기에’ 그리고 ‘제때’ 오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봄의 중턱인 춘분(春分, 3월 21일)이 지나고, 식목일과 함께 맞이하는 청명(淸明, 4월 5일)은 봄처녀가 꿈과 희망을 가득 담고 이미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있는 ‘봄처녀 예(여기에) 오셨네’ 절기이다.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청명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철이지만 이동성 고기압, 황사와 미세먼지, 심한 일교차와 같은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기도 하는 절기이다. 예전부터 농촌에서는 청명이나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그 해 농사가 잘되고 좋지 않으면 농사가 잘되지 않는다는 속설과 함께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속담에서처럼 청명에 날씨가 좋으면 봄을 맞이해 시작하는 농사일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어촌에서도 청명때 날씨가 좋아야 물고기의 종류와 수가 늘어나 어획량이 증가하고, 이 때 바람이 심하게 불면 어획량이 줄어든다고 한다. 

봄이 열리는 입춘(立春, 2월 4일)부터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立夏, 5월 6일) 전까지가 봄 절기이지만, 천문학적으로는 춘분부터 하지까지를 봄으로 구분하며 기상학적으로는 3, 4, 5월을 봄으로 지칭한다. 봄은 날씨가 따뜻해지며 풀과 나무들에서 새싹과 꽃들이 움터 오르기 시작하는 계절이지만, 기상이 비교적 안정적인 겨울이나 여름에 비해 날씨의 변화가 심하고 간간이 추위가 되풀이되기도 한다. 

길가에 핀 산수유와 매화꽃에서 꿈과 희망을 가득 담고 찾아온 봄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며, 봄의 전령사로 활짝 피어오른 노오란 개나리와 분홍빛 진달래꽃이 우리 일상에 깊숙하게 들어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하얀 색깔로 밝고 환하게 피고 있는 백목련과 연분홍 복사꽃 그리고 하얀 배꽃으로 봄의 꿈과 희망은 한층 더 무르익어가고 있다. 

청명이 지나고 봄의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절기는 봄비가 내려 곡식 농사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를 지닌 곡우(穀雨, 4월 20일)이다. 곡우에 내리는 비에 대한 속설로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라는 말이 전해져 오고 있다. 어느덧 아리따운 봄 계절의 시간이 많이 흘러 곡우가 지나 여름이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입하(立夏, 5월 6일)가 ‘어린이날’ 다음날로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봄은 겨울이 지나며 자연스레 다가오는 계절이지만, 우리 삶에서의 봄은 초대해야 온다는 말이 있다. 봄처녀의 노래 가사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에서처럼 하얀 구름의 ‘너울’을 쓰고 진주 ‘이슬’을 신고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봄처녀’를 자신의 삶의 여정으로 초대해 좋은 추억과 인연들을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생기 넘치는 봄 계절을 지내며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라는 가사의 ‘뉘(누구)’ 자리에 ‘나’를 앉혀놓고 ‘봄처녀’가 가슴에 가득 담고 찾아와 안겨주는 꽃다발의 향긋한 내음을 즐기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꿈과 희망의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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