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2017년의 노벨 생리의학상은 사람이나 동·식물체에서 낮과 밤의 24시간 주기로 나타나는 바이오리듬인 서캐디안 리듬(Circadian rhythm)을 조절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배시, 마이클 영이 공동 수상했다. 이렇게 노벨상까지 연계된 서캐디안 리듬은 무엇일까.

서캐디안 리듬은 생물체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반복되는 생체리듬을 일컫는 말이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Circadian’은 대략 또는 대개를 의미하는 ‘circa’와 하루를 의미하는 ‘dies’의 합성어로 핼버그가 처음으로 제안해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    

서캐디안 리듬은 단세포생물부터 고등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길게 보면 한 달이나 일 년 또는 일생을 아우르는 바이오리듬도 포함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24시간에 맞춰 작동하는 생체시계에 의한 일주기(日週期) 리듬이다. 

유전자의 발현으로 작동되는 생체시계는 하루 24시간 주기에 따라 기상과 수면, 체온, 혈압, 호르몬 등의 조절을 통해 우리 몸의 항상성 유지에 관여한다. 우리 몸의 항상성이 깨지면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은 물론 우울증, 치매, 심지어 암의 발병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200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서캐디안 리듬의 교란이 암과 대사질환 발병의 주요 위험 요인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아침에 해가 뜨면 일어나고, 밤이 되면 잠을 자는 일상 패턴은 생체시계의 작용에 따라 낮에 작동하는 교감신경의 양(陽)적 활동과 밤에 작동하는 부교감신경의 음(陰)적 활동이 음양의 평형을 이루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캐디안 리듬에 따라 아침 일찍 일어나 일과를 시작해 낮에 일을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사람은 ‘아침형’,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해가 지는 저녁이 되면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일에 몰두하는 사람은 ‘저녁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여행을 가서 생활리듬이 서로 다른 친구와 한 방을 쓰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론 둘 다 매우 불편할 것이다. 아침형 친구는 내일을 위해 일찍 자야 하는데, 밤이 되며 생기를 찾아 움직이는 저녁형 친구가 잠을 자지 않고 부산하게 움직이며 같이 놀자고 하면 어떤 감정이 생겨날까. 

잠자리에 들 때 어두운 것이 싫어 작은 조명등을 켜놓고 자는 사람들에게 서캐디안 리듬이 깨져 비만이나 각종 질병이 유발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잠을 잘 때 숙면을 위해 침실의 조명등을 꺼서 어둡게 해야 하는데, 이는 약한 조명이 있어도 그 빛이 수면을 돕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도 생체시계의 정상적인 작동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몸에서 서캐디안 리듬의 작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빛의 주기에 따른 생활 패턴의 조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열고 밝은 빛을 쪼이며 뇌의 생체시계가 자연스럽게 작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밤에는 가능한대로 12시 전에 조명을 모두 끈 어두운 상태로 잠자리에 들어 생체시계가 밤이라는 것을 인지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생체시계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서는 주말에도 수면이나 식사 시간 등을 평일과 비슷한 패턴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 10~12시간 내에만 음식을 먹고 나머지 시간은 단식을 하는 ‘간헐적 단식’이 건강한 삶을 위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 단식에도 먹는 시간 조절에 작용하는 서캐디안 리듬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하루 12시간 이상의 공복 유지와 수면 3시간 전 금식 그리고 7시간 이상의 수면은 식생활 습관과 수면 패턴을 바로잡아주어 건강 증진을 돕는다는 것이다. 밤 9시 이후의 식사는 불면증과 비만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저녁 식사는 가능한대로 일찍 마치는 것이 좋다.  

서캐디안 리듬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에게 간직돼 있는 생체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수면 패턴과 식생활 습관을 마련해 실천하며, 축복받고 태어난 삶에 건강하고 아름다운 미래의 꿈과 희망 그리고 행복을 가득 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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