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성북구 만해 한용운 선사의 유택 심우장에서 열린 '만해 한용운 선사 72주기 추모제'에서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추모법어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9일 오전 서울 성북구 만해 한용운 선사의 유택 심우장에서 열린 '만해 한용운 선사 72주기 추모제'에서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추모법어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성추행 피해 여직원 첫 입장 표명
“대법 판결에도 변화 없는 내 삶”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의 성추행 피해자가 처음으로 본인의 실명을 드러내고 그간 겪은 고통과 판결 이후 여전히 변화 없는 삶에 대해 토로했다.

피해 여성 윤모씨는 20일 호소문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로서 법진 이사장을 고소한 후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며 “상사이자 불교계 거대 권력을 가진 성직자를 상대로 일개 직원인 내가 겪은 성폭력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은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진스님을 고소한 이후 직장에 나갈 수 없었으며, 재단 관계자가 찾아왔던 자취방에도 돌아갈 수 없어 여성센터의 도움으로 쉼터에 거주하면서 바깥출입조차 망설이며 살았다고 했다. 윤씨는 “그렇게 내 삶은 사건당일인 2016년 8월 5~6일에 멈췄고, 성폭력 피해에 대한 진실을 입증받기 위해 극심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며 “가장 힘든 것은 모순적이게도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법진 이사장이 이사회에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대법원이 성폭력 피해를 인정했을 때 비로소 잃어버린 삶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법진 이사장은 건재했고 여전히 재단법인 선학원의 대표자로 법문을 하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노했다.

윤씨는 “가해자인 법진 이사장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도 받지 못했고, 당연한 권리를 가진 간절한 직장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들어 다시 개인 심리 상담치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교법인의 이사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하고도 건재한 이 막막한 현실을 변화시켜달라”며 미투 피해자들을 적극 지지할 것을 요청했다.

앞서 법진스님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이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이사장직은 유지하게 돼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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