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성북구 만해 한용운 선사의 유택 심우장에서 열린 '만해 한용운 선사 72주기 추모제'에서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추모법어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9일 오전 서울 성북구 만해 한용운 선사의 유택 심우장에서 열린 '만해 한용운 선사 72주기 추모제'에서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추모법어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표결서 찬성 11명 반대 3명
이사회, 이사장직 유지 결정
‘직무정지가처분’ 절차 밟나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이라는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이사장직은 유지하게 돼 반발이 예상된다.

선학원 이사회는 24일 서울 안국동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에서 비공개로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번 이사회는 법진스님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한 대법원의 판결 이후 처음 열린 이사회로, 이사장 거취문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불교계 보도에 따르면 법진스님의 거취문제는 공식안건이 아닌 기타 안건으로 다뤄졌다. 회의서는 법진스님이 과거 이사회에서 제출한 사표 수리에 대해 단 3명의 이사만이 찬성했으며, 나머지 11명의 이사들은 이사장직 유지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학원 기관지 불교저널은 “기타 안건으로 ‘이사장 사직서 처리의 건’을 상정해 논의한 뒤 무기명 투표를 실시, 사직서 반려를 결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법진스님은 2020년 8월 말까지 앞으로 4년간 이사장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실형을 확정 받고도 2008년부터 2020년까지 12년간 이사장을 연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승려관리규정의 징계는 물론 정관상 이사장 해임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사회가 법진스님을 감싸면서 사회적 지탄과 소속 분원장스님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선학원 이사회 결과에 대해 법진스님의 퇴진을 요구해온 선학원미래포럼 창건주·분원장협의회(회장 자민스님) 측은 이사장 직무집행정지가처분 등의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재단법인 선학원과 일부 분원장을 중심으로 결성된 ‘선학원미래를생각하는분원장모임(선미모)’ 설명에 따르면 2016년 8월 5일 금요일 저녁 이사장 법진스님은 업무가 끝난 시간에 선학원 사무처 여직원에게 할 말이 있다며 BMW 승용차에 태워 강원도 속초로 갔다. 속초에 도착하자 차 안에서 속복으로 갈아입고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피해 여직원에게 모텔 투숙을 요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또 다른 여직원을 같은 수법으로 성추행한 전력이 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법진스님은 혐의를 무마하고자 피해자에게 1500만원이라는 거액을 제사하며 합의를 종용했고, 이를 거부당하자 재판 과정 중 갖가지 방법으로 피해자를 위협했다는 것이 선미모의 설명이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도 법진스님을 옹호하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선학원과 선미모 간의 갈등과 대립이 더욱 커지면서 선학원 사태는 장기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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