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김익한 예효경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며 자신이 개발한 침대패드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0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김익한 예효경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며 자신이 개발한 침대패드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0

김익한 예효경 숙면과학연구소 대표

특허받은 한지絲 침대패드 개발

“아이부터 노인까지 쾌적하게”

모든 세대 적용 가능 제품 추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사람이 갓난아기부터 백발이 훤할 때까지 평생에 걸쳐 가까이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침구이다. 인간은 살면서 매일매일 잠자리에 들고 다시 일어나는 일상을 반복한다. 매일 장시간 맨 살을 부대끼며 보내야하고, 잠자리가 뒤숭숭하면 하루의 컨디션을 망칠 수도 있는 만큼 침구는 우리에게 중요하다. 김익한 예효경 대표는 30여년의 침구류 노하우에 고집스런 철학을 담아 침구류를 만들고 있다.

“인간은 평생 동안 삼분의 일을 이불 속에 있습니다. 그만큼 침구류의 질은 우리 건강에 직결됩니다. 새 제품을 위해 1년 동안 제가 직접 써보면서 테스트했습니다. 4계절을 다 거쳐보며 사용했고, 수도 없이 세탁하고 말려보기를 반복했습니다.”

남녀노소가 4계절 내내 이용할 수 있는 침구를 만들기 위해 김 대표는 긴 시간을 들여 이 같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가 이렇게까지 긴 안목을 갖고 제품에 매달린 데는 그의 기업 철학과 관련 있다.

1984년 원단도매업으로 일을 시작한 김 대표는 유아복 취급점을 거쳐 혼수전문점과 수의전문점까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연스레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 나갔다.

김 대표는 “사람은 살면서 3번의 예복을 입는다고 생각한다. 돌 때와 결혼할 때, 그리고 장례 치를 때”라면서 “전 인생 3대 예복을 다 거쳐 왔다.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 다 해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력이 인생 전반에 걸쳐 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김 대표의 말이다.

특히 원단을 그의 다루는 인생에서 침구류는 항상 옆에 자리했다. 오랜 기간 동안 아이 포대기부터 신혼부부와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들이 사용할 다양한 이불에 대한 경험이 축적됐다.

그러던 중 김 대표는 어르신들이 욕창으로 고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됐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된 고민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우리의 고유기법으로 만든 전통 종이인 한지를 활용한 기능성 원단이 지식경제부의 지원과 ㈜세올과 상명대학교산학연구원의 도움으로 개발된 것을 알게 됐다.

운명적이게도 개발자가 김 대표를 찾아와 먼저 이 원단을 활용해볼 것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그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그는 욕창 방지 기능이 담긴 침구 개발에 사활을 걸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한지사(絲)로 만든 친환경 기능성 패드인 ‘푸른숲 욕창방지패드’였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김익한 예효경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안동 삼베옷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0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김익한 예효경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안동 삼베옷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0

우리의 고유기법으로 만든 전통 종이인 한지는 예부터 통풍이 잘되고 항균성과 소취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한지의 이런 특성을 활용해 한지를 자른 뒤 나사모양으로 꼬아놓은 것이 한지 실이다.

닥나무로 만든 한지 실을 미국 식품의약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서 친환경섬유로 인정한 P.P(polypropylene) 실에 감싸 개발한 것이 바로 친환경 한지 원단이다.

이 원단을 살려 개발한 침구패드는 인체에서 배출된 땀과 습기를 흡수하고 빨리 마르게 해 쾌적함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P.P 실의 원래 장점인 오염을 막아주는 효과도 그대로 유지된다. 그 결과 발명 특허도 등록하게 됐다.

김 대표는 “이 패드는 수분을 바로 배출하니 어르신 욕창도 예방하고, 아이들 땀띠도 방지할 수 있다”며 “제가 직접 연구하며 써 보니 정말 겨울엔 300% 만족하고 여름엔 500% 만족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한지 원단을 활용해 카펫이나 유모차 패드 등 점차 적용 품목을 늘려갈 계획이다.

한지 실을 활용한 수의도 만들던 김 대표는 자연스레 장례문화에도 시선이 옮겨갔다.

병원 등 장례식장의 빈소에 대해 김 대표는 “빈소라고 부르지만 실은 분향소로 불러야 맞다. 고인은 다른 곳에 모셔두고 어떻게 빈소라고 할 수 있나”며 “오히려 고인은 ‘쓰레기통’ 같은 안치실 냉장고에 방치해둔다”고 비판했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김익한 예효경 대표가 어머니 때부터 안동삼베 옷을 만들어 왔던 이야기를 꺼내며 사진 속 어머니를 가리키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0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김익한 예효경 대표가 어머니 때부터 안동삼베 옷을 만들어 왔던 이야기를 꺼내며 사진 속 어머니를 가리키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0

김 대표는 안치실의 현실을 그의 어머니 상을 통해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고인들은 안치실 안 2·3단으로 된 냉장고에, 그것도 아래위가 터져 있는 곳에 대부분 계신다”며 “여관으로 말하면 ‘합동 혼숙’이다. 이는 고인의 존엄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세균과 바이러스도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런 고민 끝에 만들어진 것이 1인 안치관이다. 김 대표는 다른 사람의 장례에서 고(故) 김수환 추기경 선종 때 사용했던 1인 안치관을 보며 힌트를 얻었다. 그는 “장례를 지켜보며 ‘제가 먼저 우리나라 장례식 안치문화를 바꾸고, 나중에 우리 아버지께서 귀천하시면 1인용으로 장례를 치루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노력 끝에 그는 8개월 뒤 1인 안치실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이 안치관은 자체 냉장 시스템으로 고인을 안치실이 아닌 빈소에 모실 수 있고, 이로 인해 고인의 존엄도 지켜드릴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 판단이다.

김 대표는 “외국은 유가족과 조문객들이 모두 하나같이 고인의 잠든 모습을 내려다보며 추모의 정을 표현하는데, 지금 우리의 장례문화는 고인을 배제한 유족과 문상객 중심”이라며 “이제라도 우리 장례문화가 고인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추구하는 기업정신은 무엇일까. 그는 “이런 저런 일 하면서 돈 많이 날렸다. 제 집사람이 보기에 명분만 쫓아다니는 모습이 참 딱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하나라도 건강과 존엄을 지키는 데 노력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 되는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가치”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말처럼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매진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