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등록도 안 된 나전칠기 박물관
[이재준 문화칼럼] 등록도 안 된 나전칠기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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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서구 제일의 복지국인 덴마크 코펜하겐은 박물관 도시다. 크고 작은 사설 박물관이 수백 곳이 넘는다. 이 중 필자에게 인상 깊었던 것은 디자인 박물관과 성 박물관이었다. 

디자인 박물관은 1880년대 고가구부터 각종 디자인 제품이 전시돼 있고 미래형 디자인까지 등장하고 있다. 작은 건물인 성 박물관은 자유스러운 덴마크인들의 성에 대한 많은 자료라서 흥미롭다. 아프리카 티벳 히말라야 남미 등 성 풍속에 관한 진귀한 자료들을 수집 전시해 놓았다.

일본은 개인박물관이 많기로 유명하다. 나라, 오사카, 교토, 도쿄 등지에 3000여개나 된다.  이들 박물관 가운데는 한국의 각종 문화재를 소장하는 곳이 많다. 

일본에서 오사카에 소재한 한 신사박물관을 가면 경주박물관에도 없는 금사로 짠 신라 비단 천이 있다. 신라에서 일본 왕실에 보내 온 귀중한 물건으로 보이며 당시 신라문화의 찬란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아스카 지역 많은 고대 사찰을 가보면 고대 백제가 살아난 듯한 인상을 받는다. 이곳 사찰 내 박물관 소장품들은 거의가 고대 백제에서 보내진 것이거나 후손들이 만든 것들이다. 그러나 인상 깊은 것은 일본인들이 건축물을 숱하게 중수했지만 백제가 가르쳐 준 고대방식을 하나 어그러뜨리지 않고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다까(安宅) 컬렉션은 도자기를 많이 소장한 대표적 박물관이다. 한국의 국보급 청자 조선 백자 등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소장품이 무려 1000여점이나 돼 한국 고대 도자기를 연구하려면 이곳을 반드시 다녀와야 한다는 말도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박물관 도시는 영월군이다. 영월에는 현재 24개소의 다양한 사설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김삿갓의 일생을 모아놓은 ‘난고 김삿갓 문학관’ ‘동강사진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강원도탄광문화촌’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등 다양하다.

호안다구박물관은 수백년 된 중국의 다기(茶器)를 모아놓은 곳이다. 중국의 각종 명차를 마시며 명·청대 다양한 찻잔을 감상할 수 있다.   

강원도 양구도 파로호 변에 박물관 타운을 마련하고 있다. 선사박물관, 근현대사 박물관, 문학관, 철학관, 박수근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한 가족나들이 박물관 타운으로 인기가 높다.  

요즈음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손혜원 국회의원이 운영하고 있다는 나전칠기박물관이 당국에 등록도 되지 않은 곳이라고 한다. 사설 박물관으로 등록하면 여러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하며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엄밀히 따지면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갤러리 수준이다. 

그런데도 손 의원은 나전칠기박물관을 언론에 자랑해 왔고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매입이유도 박물관을 이전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손 의원은 또 국립박물관에 현대나전칠기 작품의 구매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박물관 전임 학예연구실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이 본래 고고학·역사학·미술사 연구와 전시를 표방하는 기관인 만큼 현대 미술품 구입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과 유물 수집 범위가 겹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의지를 굽히지 않은 그는 2018년 10월 지방 박물관장으로 자리로 좌천됐다. 당사자는 불이익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으나 문책성인사라는 인상이 짙다. 

그 논란의 중심에 손 의원이 있다. 나전칠기박물관부터 등록해 격식을 따르고 난 후 가치를 논해야 하지 않을까. 덴마크나 일본의 사설 박물관처럼 감동을 주는 컬렉션을 만들고 난 후 박물관 문화를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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