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나라의 근간이 흔들린다니
[이재준 문화칼럼] 나라의 근간이 흔들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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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나라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국회에서 5.18민주화혁명 당시 북한군 개입설과 공로자 공개를 주장한 것에 대한 대통령의 개탄에 섞인 말이다. 

국민이 역사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을 갖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인식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똑같은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전체주의나 봉건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지금 우리는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과거 조선이 일찍 깨우치지 못한 것은 역사인식에 대한 부자유와 금기 때문이었다. 다른 생각을 수용하지 못한 편협성 때문에 조선은 기지개를 켜지 못했다. 유서(儒書)와 반대되는 말만 해도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 매도하고 귀양을 보냈다. 사상의 자유, 의사소통의 자유로움은 철저하게 봉쇄돼 그만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고 말았다.

더욱이 파당은 심화됐다. 상대의 과오를 트집 잡아 성토하고 모함하며 선동했다. 오로지 벼슬과 탐관에 집착해 정의를 잃고 투서를 일삼았다. 임금은 이들이 보낸 투서를 읽느라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집권자의 호불호에 때라 권력이 요동치고 사약을 받거나 형장으로 끌려가는 참화의 에스컬레이션이 재연됐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나 주장이 있어도 수용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생각이나 주장에 반하면 공적으로 매도하고 탄압했다. 민의가 어디 있으며 혁신이 어디 있었을까. 그러니 어느 양심적인 선비가, 학자가 올바른 소리를 할 수 있었겠는가.

조선이 당파로 힘겨운 전쟁을 벌이는 시기 일본은 유신(維新)을 단행한다. 그 유신의 기저가 되는 철학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임진전쟁 당시 한반도에서 약탈해간 율곡 이이나 퇴계 이황의 서적들이 큰 힘이 됐다. 

강화도에 침입한 프랑스, 미국 군대들을 보고 조선군은 경악했다. 생전 보지도 못한 군함과 대포 소총은 가공할만한 신병기였던 것이다. 조선이 자성하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시기를 잃고 말았다. 

고종황제가 세계열강에 특사를 보내 일본을 성토했으나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동아시아의 새로운 강자는 노쇠한 청국을 깨뜨리고 러시아까지 패퇴시키며 한반도 패권을 장악했다. 

강자 앞에 조선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1500년 전 백제인들이 문화와 기술을 가르쳐 준 왜국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한반도는 급격이 왜색으로 물들었고 일본식으로 창씨개명까지 있었다. 만약 2차 대전 시 미국에 의해 일본이 항복하지 않았다면 한반도의 현재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아직도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였을까 아니면 독립을 쟁취했을까. 

나라가 강하게 성장하지 못한 역사적 원인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역사기록으로만 치부해서는 결코 안 된다. 힘이 없어 국토를 유린당하고 결국 일본 식민지의 굴욕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원인을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강점은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를 억누른다면 반민주이며 독재다. 대한민국이 세계인들에게 부럼을 사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개인의 의견을 소중히 여기는 민주주의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권당은 자당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사법부까지 적폐로 몰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얘기만 나와도 타부시 한다. 비판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법제정도 검토하고 있다. 과거 조선 사회 ‘사문난적’과 무엇이 다른가. 

나라를 잃은 독립투사들이 한결같이 외친 글귀는 자강불식(自彊不息)이었다. ‘스스로 마음을 굳게 다지며 쉬지 않고 노력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은 이 같은 마음가짐으로 민주주의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데 신명을 다 바쳐야 한다. 그래야 자유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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