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개종 과정에서 사망” vs “거짓말”
‘강제성’ 놓고 피해자-가해자 주장 상반
전국 이단상담소 “우리와는 상관없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전남 화순 한 펜션에 감금돼 개종을 강요받는 과정에서 이를 거부하다 질식 사망한 고(故) 구지인 사망 1주기를 지내며 교계에 논란이 확산됐다. 고인이 신앙생활을 했던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측은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며 기득권 개신교계에 회개를 촉구하고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반면 강제개종을 진행한 가해자로 지목되는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측은 도리어 강제개종이 거짓말이라며 맞서고 있다.
본지는 구씨 사망과 관련해 상반된 주장으로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한 팩트를 체크해봤다.
◆ 구씨 사망 당시 강제개종이 아니었나
본지는 구씨 사망이 알려진 직후 전남 화순경찰서 측에 관련 사실을 문의했다. 경찰서는 펜션에서 나가려는 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딸을 숨지게 한 A(56)씨와 B(55, 여)씨 부부를 폭행치사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지난달 30일 오후 5시 40분께 전남 화순 한 펜션에서 딸 구지인(25, 여)씨와 종교문제로 다투던 중 나가려는 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구씨의 다리를 누르고 어머니 B씨가 구씨의 입을 틀어막아 수일 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구씨의 사인과 관련해 “질식사는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인한 심폐 정지로 추정된다는 부검의 구두 소견을 토대로 A씨 부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지인씨의 사망 당시 사고에 대해 배경을 유추할 수 있는 증거는 지난 2017년 6월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탄원글이다. 탄원에 따르면 구씨는 2018년 강제개종 이전에도 2016년 천주교 수도원에 44일간이나 감금된 상태에서 개종을 강요당했다.
구씨는 풀려난 직후 심적 고통을 겪는 중에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한국이단상담소 폐쇄와 강제개종목사 법적 처벌 및 종교 차별 금지법을 제정해 달라”고 대통령에게 탄원하는 등 자신과 같은 피해자를 막기 위해 애썼다. 이후 재발을 우려해오다 지난해 1월 결국 변을 당했다.
구씨가 처음 발견된 펜션에 본지 취재진이 방문한 결과 구씨 가족이 머물렀던 펜션은 창문을 열 수 없도록 창문에 못질이 돼 있었다. 사실상 출입문만 닫으면 감금이 가능한 구조였다. 또 인가와 떨어져 있어서 펜션 내부에서 소리를 질러도 구조를 요청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후 KBS 제보자들의 취재과정에서도 “3개월 분량의 음식이 냉장고와 펜션에 있었다”는 내용과 “피해자와 부모 간 종교 갈등이 있었다”는 경찰의 증언이 보도됐다. 또 구씨가 강제개종을 당했다고 주장한 천주교 수도원에 실제 구씨가 머무른 것을 봤다는 마을 주민의 증언도 담겼다.
◆ 구씨 사망과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무관할까
구씨 사망 사건에 대해 전국에 포진해 있는 이단상담소 관계자들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신천지 신도 사망사건에서 강제개종은 거짓말”이라며 “사건은 협회와 관계없으며, 신천지는 사고유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가족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도리어 반박했다.
그러나 구씨가 생전에 남긴 탄원글에서는 정황상 관계가 없다고 단정짓기 어려운 주장이 나왔다. 구씨는 “한국이단상담소 폐쇄와 강제개종목사 법적 처벌 및 종교 차별 금지법을 제정해 달라”고 탄원했고 구체적인 정황들도 설명됐다.
구씨는 당시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전남 장성에 위치한 한 수도원에서 강제적인 압박 속에 개종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개종교육을 위해 제가 감금된 수도원으로 찾아온 사람들은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소속의 소장과 전도사였다”고 폭로했다. 이 개종교육을 위해 구씨의 언니는 직장인 초등학교를 휴직했고, 모친은 사회복지사 일을 그만뒀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구씨는 청원글 말미에 “모든 일을 조장한 한국기독교 이단상담소 소속 사람들은 (피해자의) 가족들을 내세워 자신들은 법적으로 처벌 받을 수 없게 해놓았고, 자신들은 (피해자의) 부모들이 원해서 했다는 말만 한다”며 “이 억울한 심정을 어디에도 호소할 수가 없어 대통령님께 이렇게 글은 남긴다”고 강조했다.
구씨는 당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더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했다. 그는 “강제개종교육이 광주 이단상담소 임모 전도사를 비롯한 박모씨에 의해 이뤄졌고, ‘신천지피해가족연대’와 연결됐다는 것을 감금된 상태에서 어머니의 편지를 우연히 보고 알게 됐다”며 강제개종교육의 배후를 폭로했다. 아울러 “지난 (2016년) 8월 초부터 박씨가 와서 한 달 정도 강제개종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교육을 받고 신천지에서 빨리 나올 것을 재촉했다”면서 “그들(임모 전도사와 박씨)은 저를 집으로 보내고 가족과 상의해 후속교육을 시켜 자신들이 다니는 교회로 출석하게 하려는 계획이었다”고 구체적인 정황까지 증언했다.
◆ 구씨 사고유발 책임은 누구에게?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는 자신들이 소속된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교단에서 신앙을 하는 교인들을 상대로 일명 이단상담을 진행한다. 피해자들은 이를 강제개종 교육이라고 부른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에 따르면 이들이 진행하는 이단상담은 가족 가운데 홀믿음(혼자만 다른 종교를 믿음) 신앙인이 다수다. 이 중 70~80%가 여성이다. 또 구씨와 같이 부모와 다른 신앙을 하고 있는 자녀들이 주된 타깃이 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대부분의 피해자는 신천지예수교회 성도들이다. 피해자들은 이들의 개종 교육 과정에서 폭행‧납치‧감금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특이한 것은 상담 대상에 대한 상담보다, 먼저 가족들에 대한 상담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상담가들이 대상자가 극악무도한 이단에 빠졌다고 공포감을 주기 때문에 가족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이후 대화를 할 수가 없게 되고 결국 강압적인 방법으로 강제개종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실제 안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진모 목사는 과거 하나님의교회 신도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개종을 강요해 유죄를 받은 바 있다. 관련 조사 과정에서 10억원 이상의 수익이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단상담가들의 상담 내용은 자신들이 이단으로 규정한 교단에 대한 비방과 회유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이단상담의 목적은 자신들이 이단이라고 규정한 단체에서 신앙을 하지 못하게 막고, 자신들이 믿고 있는 개신교를 믿게 하기 위함이다.
이단상담소는 전국에 포진돼 있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가 주최한 지난 10일 기자회견에도 상담소 관계자들이 대거 출동해 구씨 사망에 대한 책임을 신천지 측에 돌렸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단지인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서울(이덕술 목사) 강북(서영국 목사) 강남(김건우 목사) 부산(황의종 목사) 대전(정운기 목사) 광주(강신유 임웅기 목사) 인천(고광종 목사) 안산(진용식 목사) 구리(신현욱 목사) 경인(주기수 목사) 순천(김종한 목사) 의정부(김남진 목사) 상담소에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현재 구씨 사망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라 책임 소재가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신천지예수교회 측은 강제개종에 배후세력이 있다면서 개종 목자 처벌을 요구하며 앞으로도 대규모 시위를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측은 경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신천지예수교회 측에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되는 가운데 구씨 사망에 대한 진실의 나침반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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