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개종교육피해자 연대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강제개종교육으로 인한 피해자는 1000여명에 달한다. 개종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인권유린·납치·감금 등이 공공연하게 행해지면서 피해자들은 개종교육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경찰과 법은 이를 방치할 뿐 아니라 오히려 원인을 신천지에 뒤집어씌우면서 제대로 된 대책마련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본지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야 함에도 힌두교나 이슬람주의자들이 자행하는 강제개종교육이 행해지는 현실과 그 원인을 피해자들의 호소를 통해 진단해봤다.

 

▲ 강제개종교육으로 인해 지난 8월부터 43일간 감금돼 있다 구조된 김유진(가명)씨. 김씨는 감금 사실을 알리는 내용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려 시민의 도움으로 구조될 수 있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납치·감금 인권유린 피해자 신천지인
3일간 쪽지 날려 43일만에 극적 구조
“경찰, 오히려 감금한 부모 도와 회유”
여전히 불안·공포감 등 후유증 호소

개종목사 접촉한 뒤 태도 바뀐 부모
父퇴사, 母휴직하고 개종에 매달려
할머니 아프다며 한밤중에 끌고 가 
깊은 산속 펜션과 오피스텔에 갇혀 

[천지일보 광주=김태건 기자] “할머니가 아프시니 같이 가자며 부모님이 한밤중에 저를 끌고 갔습니다. 그때부터 정신을 잃었고 깨어보니까 깊은 산속 펜션이었어요.”

김유진(가명, 24, 여)씨가 정신을 차린 때는 지난 8월 2일 아침이었다. 휴대전화도 뺏기고 감금된 상태에서 24시간 부모의 감시를 받았다. 김씨의 의사는 철저히 묵살된 채 강제개종교육이 진행됐다. 그러다 지난 9월 13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만나고 나서야 43일간의 악몽이 끝날 수 있었다.

사건이 있은 지 한 달 후인 지난 10일 광주 북구의 한 카페에서 김씨를 만났다. 김씨는 아직도 그날의 아픈 기억을 씻어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김씨에 따르면, 지난 3월경부터 이상 조짐이 감지됐다. 김씨가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에 다닌다는 사실을 부모가 알게 된 것. 종교가 없던 김씨 부모는 이때부터 신천지에 관심을 두게 됐다. 

“7월경 아버지가 저를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부모님이 개종목사와 접촉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 순간이었죠.”

김씨는 오해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아버지에게 신천지에 다닌다고 고백했다. 아버지도 미행 사실을 딸에게 털어놨다.

“수요예배 때 아버지께서 교회에 같이 가보자고 했는데…. 수요일 하루 전인 지난 8월 2일 새벽, 부모님이 갑자기 제 방에 들어와서 할머니가 아프시다며, 제 팔을 잡아끌고 어디론가 데리고 갔습니다.” 

지금까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김씨는 기억을 잃었다. 김씨가 깬 것은 같은 날 오전이었고 도착한 곳은 지리산 깊은 산속 외딴 펜션이었다.

“아버지는 ‘친구 딸이 신천지에 다녔는데 친구가 자기 딸을 빼냈다’며 ‘친구를 만나 교육을 받으면 빨리 나가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아버지 친구 최모씨는 개종목사 김모씨를 데려왔고 개종교육이 시작됐다. 교육 내내 김씨의 부모, 최모씨, 김 목사가 함께했다. 이 때문에 김씨의 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뒀고, 어머니는 휴직한 사실을 김씨는 뒤늦게 알았다. 

“교육내용은 성경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신천지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어이없는 인신공격이 섞인 거짓말투성이였어요. 부모님은 그 말을 전부 믿으시곤 저를 더욱 추궁하고 몰아붙이셨죠.”

김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빨리 나가려면 대꾸하지 말고 개종되는 척 순응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목사의 교육은 광주에서 개종목자로 유명한 임모 전도사로 이어졌다. 그러다 지난 8월 31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의 한 오피스텔로 감금 장소가 옮겨졌다.

그곳은 나사로 박은 창문과 자물쇠로 이중 시건장치가 된 방이었다. 하루 중 문이 열리는 시점은 개종목사가 출입할 때 한 번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창문의 나사는 제거됐고 김씨는 바깥세상이 보이자 탈출하고픈 마음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한다. 

“‘오피스텔 7층에 사람이 갇혀 있으니 이 연락처(친구 전화번호)로 알려 달라’는 메시지를 적은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창밖으로 날렸습니다. 하루에 3~5차례 3일 동안 그렇게 했어요.” 

그러다 종이비행기를 발견한 시민이 김씨 친구 전화번호로 연락을 취했고, 다른 한 시민은 이상한 일이겠다 싶어 경찰에 신고했다.

▲ 나주 빛가람동 소재의 한 오피스텔에 감금돼 있던 김유진(가명)씨가 창틈 사이로 날린 종이비행기. 여기에는 ‘바로 맞은편 오피스텔 000호에 사람이 감금되어 있습니다. 010-×××-×××× 여기로 꼭 연락해서 알려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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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9월 13일 오후 3시경 오피스텔 벨이 울렸고 경찰과 김씨 지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씨와 단둘이었던 아버지는 당황했다. 김씨는 이때다 싶어 방문을 힘껏 두드렸다고 한다.

“저는 경찰에게 ‘나가고 싶다. 여길 벗어나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싶다’고 소리쳤어요.”

그러나 경찰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김씨는 지적했다. 김씨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감금됐고 감금을 주도한 부모님과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중립을 지키지 않고 부모 편에 서서 김씨를 회유하고 설득하려고 했다. 결국 그곳을 탈출한 후 경찰서에서 부모님을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제가 감금됐을 때 제 지인이 실종신고를 해서 경찰이 부모님께 연락을 몇 번 했더군요. 그런데 경찰이 ‘따님 지인이 어머니 직장인 곡성이나 개종목사 김씨가 사는 순천 쪽을 찾으러 다닐 것’이라고 했답니다. 경찰이 감금을 도와준 셈이 됐죠.” 

김씨는 지금도 ‘언제 붙잡혀 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살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불법적인 강제개종교육이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돈에 눈이 멀어 평화로운 가정에 분란을 만들고 인권유린을 하도록 부모님을 조종한 개종목사를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제가 신천지를 다니지 않은 상태에서 감금됐어도 경찰이 이렇게 조치를 했을까 싶다”면서 경찰의 종교편향적 행태를 질타했다. 이어 “종교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다는 자유민주주의 나라인 대한민국에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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