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혁신학교는 진보교육감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2009년 13개교에서 올해 약 1500여 곳으로 늘어났다. 도입 10년째지만 양에 비해 질적으로 성장을 못해 자리를 잡지 못하고 혁신학교에 대한 파열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강산이 변한다는 기간을 추진했으면 성과가 나타나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혁신학교 지정에 반발하는 집회까지 열렸다. 혁신학교의 교육적 성과가 내세울 만큼 나타난 게 없다는 방증이다. 교육혁신을 체감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혁신학교의 일방적 지정에 반발한다. 교육청이 ‘신설 학교는 교육감 재량으로 혁신학교를 지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어 밀어붙인 탓이다.

어느 지역이든 혁신학교가 개교하면 전교조 교사들이 대부분 몰려간다. 전교조 분회 모임에서 혁신학교의 교육방향을 좌지우지하며 동료 교사들에게 자신들의 방향에 맞추도록 압력을 행사한다. 교장이 제대로 협조를 하지 않을 경우 회의시간마다 매번 큰 소동이 벌어진다. 교육계 선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이 집단으로 달려든다. 시달리다 못한 교장, 교감이 전교조 분회의 방향에 맞추거나, 나 몰라라 하며 방조할 수밖에 없다.

교육감이 참석한 공개수업에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좌편향 수업을 아랑곳없이 진행해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실상이 이렇다보니 학교 안에서 교사들끼리 갈등하다 일반 교사들은 혁신학교 근무를 꺼리고 학교를 떠난다. 10년째 혁신학교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겉도는 근본적 원인이 진보교육감과 전교조 교사가 주도하는 혁신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이념을 가진 교사 집단이 주도하는 혁신학교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보수교육감으로 바뀌면 혁신학교가 폐지될 것이 분명하고 결국 피해는 혁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혁신학교의 학력저하는 토론 위주 수업 진행도 한몫한다. 토론 위주 수업이 나쁜 게 아니다. 토론도 기초학력이 갖춰져야 수준이 있는 토론이 되는데 단순 말장난, 말꼬리 잡기 식 수준 낮은 토론이 이어진다. 교사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을 안 하는데 학생이 주도하는 토론식 수업을 하면 정말 편하다. 일반학교에서는 매번 치르는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를 내지 않아도 되니 그건 더 편하다.

혁신학교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교육부가 2019년에 ‘민주시민학교(가칭)’ 51곳을 시범운영 한다고 발표하자 교육계에서는 ‘제2의 혁신학교’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시민의 소양을 가르치는 ‘시민’이라는 과목을 초중고에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민주시민교육이 부족하면 사회, 도덕 등 교과에서 주요 가치로 다뤄 가르치도록 교과내용을 개편하면 된다. ‘시민’과목 신설은 타당성이 부족하고 기존 교과 간 시수 문제, 교원 충원 문제 등을 놓고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임에도 너무 즉흥적이다. ‘민주시민학교’는 ‘혁신학교’의 아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민주시민학교’는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 강화, 민주주의 학교 문화 조성, 학생 자치 활성화, 민주시민 교육 활성화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 등을 주요 추진과제로 한다. 민주라는 용어가 여당의 민주와 뜻이 같아 아무리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싶어도 제2의 국정교과서 사태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민주노총,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화 운동 등 특정성향의 단체가 많이 사용하는 ‘민주’라는 정치적 의미가 함유된 용어를 사용한 학교를 꼭 만들어야 할 당위성이 부족하다. 교육에 정치색을 가미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10년간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붇고도 겉도는 혁신학교도 모자라 민주시민학교까지 만든다면 나머지 학교는 존재의미조차 사라진다. 혁신학교가 아무리 아니라고 손사래를 쳐도 혁신학교에 전교조 교사들이 몰려 있다. 서울의 B혁신학교에 근무를 마친 전교조 교사는 C혁신학교로 전보를 가고, C혁신학교 근무를 마친 교사는 B혁신학교로 맞바꾸며 근무하는 게 현실이다. 교사는 학생의 정서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맞다. 혁신학교에 이어 민주시민학교를 만들고 ‘시민’교과를 신설하는 것은 자칫 학교의 정치화와 교육 편향을 부추길 수 있다. 내실 없는 이름만 혁신·민주 학교를 만들지 말고 기초학력과 인성교육 등 교육의 본질에 충실해 무너진 학교를 복원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교육정책, 교육부에 대한 평가가 후하지 않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새로운 정책을 또 밀어붙이려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