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어릴 적 40대 이상의 어른만 봐도 존경스럽고 근엄함이 느껴지던 세상을 살았다. 부모님이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하거나 일자무식이어도 지혜가 담긴 것 같이 느껴져 우러러보던 시대가 있었다. 필자도 어느덧 50대 후반이 되고 부모가 되니 ‘경로우대’ 문화도, 지혜로운 어른도 마치 신기루처럼 공중분해돼 사라져 버렸다. ‘경로우대’ 문화가 있던 시대의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 부모의 권위가 살아 있었다. 부모의 학벌, 재력과 무관하게 부모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지식이 아닌 지혜를 가졌다고 여긴 부모의 한마디는 법이고 진리였다. 당연히 부모와 같은 나이의 어른들이 위엄 있게 여겨졌다. 지금은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존경받는 시대가 아니다. ‘자식을 배불리게 먹이는 것’만이 부모로서 할 일이라 여기고 자식교육을 소홀히 한 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탓이다. 부모가 권위를 잃고 가정교육이 무너지니 부모 나이 또래의 어른에 대한 경외심이 사라졌다.

두 번째는 학교의 교육과 교사의 권위가 존재했다. 학교수업이 살아 있어 학교에서 인성 교육이 가능했다. 교사의 권위가 살아 있어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도 가능했다. 필자가 중학생 때는 일진이라는 아이들이 자전거 체인과 포크를 흉기로 들고 다니며 싸움을 했지만 “선생님이다!” 한마디면 도망가기 바빴다. 선생님이 살아 있으니 연령대가 비슷한 사회의 어른이 다 어렵게 느껴져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지금은 공교육보다 사교육이 중요시 되는 분위기 탓에 학교에서 더 이상 인성교육이 불가능해졌다. 교사의 권위가 추락해 학생이 교사의 말을 무시하고 반항하거나 심지어 교사를 때리기 까지 한다. 교사의 권위가 추락하니 학생들이 어른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고 교복을 입고 길거리에서 버젓이 흡연을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혐로(嫌老)문화’에 대해 비약한 논리일지 모르지만 필자가 지내온 학창시절과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부모의 무관심한 가정교육과 무너진 공교육의 영향으로 인성이 추락한 젊은이들이 이 사회의 주축을 이루게 되니 자연적으로 ‘경로우대’가 없어지는 정도가 아닌 ‘혐로’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세상이 됐다.

젊은이들에 대한 자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노인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혐로’ 분위기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노인을 비하하는 대표적 혐오 표현인 ‘틀딱’이라는 말에서 느끼다시피 오히려 용어가 더 거칠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두고 젊은층과 노인층이 극과 극으로 치달아 갈등이 더 격화된 탓이다. 

이런 사회 문제를 야기한 책임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일부 노인들의 과격한 행동과 불쾌감을 드러내게 만드는 행동과 말에 큰 책임이 있다. 현대사회와 젊은이들의 의식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노인들은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급변한 사회 탓에 지혜와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선배로서의 역할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젊은이들도 노인들이 가진 지식은 4차 산업시대에 맞지 않고 고루하다 여기기에 더 이상 노인들의 조언을 원하지 않는다. 

‘경로우대’란 말이 사전에만 존재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을 인정해야 한다. 노인을 공경하는 시대가 아닌 사회적 약자로서 보호하는 시대라도 만족해야 한다. 나이로 권위를 내세워봐야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노인 스스로 시대의 흐름을 인정하고 기본적인 역할은 해야 대접 받는다. 중후함과 인격으로 스스로 무장하지 않으면 젊은이들에게 ‘틀딱’ ‘노인충’ 소리를 들으며 괄시와 천대를 받는다. 

젊은이들에게서 손가락질을 받는 노인들 대부분은 젊은 시절도 나쁜 행동을 일삼으며 살다 노인이 되어 그 행동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젊을 때 막 산 사람들이 나이 들어서도 마찬가지로 막 살게 되는 것이니 ‘혐로’가 단지 나이로 나눌 문제는 아니다. 인품이 훌륭하고 깨끗한 노인은 대접 받는다. 

지금 시대는 젊은이들이 주인이다. 주인인 그들을 인정하고 존댓말로 대접을 해주면 존경을 받는다. 모르는 게 있고 양보 받고 싶으면 젊은이들에게 정중하게 요청해야 한다. 지금 ‘노인혐오’의 사회문제는 이 시대의 지나간 주인인 어른들이 반성하고 스스로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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