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됐다. ‘역대급 불수능’이란 평가에도 불구하고 수능 만점자가 재학생 4명을 포함 총 9명이나 된다. 이 중 백혈병으로 3년간 항암치료를 받았던 선덕고 김지명군의 성공은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전해 준다. 김군이 밝힌 수능 만점 비결은 ‘학교 수업과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복습을 철저히 한다. 수학은 인강으로 예습을 한 후 학교 선생님의 좋은 풀이법을 체득한다. 인강은 집중이 안 될 수 있는데 스스로가 자기관리를 잘해야 한다’로 요약된다. 역대 수능 만점자들이 거짓으로 “사교육을 받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오직 인터넷 강의로만 공부하고 절대로 학원, 과외를 받지 않았다고 밝혀 고액 학원, 과외에 매달리는 학부모들을 무색하게 했다.

다른 만점자들의 공부비법도 ‘모든 과목을 매일 30분씩이라도 보는 게 중요하다. 힘들다고 쉬면 안 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매일 규칙적으로 꾸준히 공부 습관을 유지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공부를 유혹하는 요인들을 멀리하고 공부만 하는 게 정말 힘든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낸 의지에 박수와 존경을 보내고 싶다. 수시와 학종 제도 탓에 돈으로 명문대 입학도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오로지 자신의 노력만으로 실력을 입증했다. 재수생 만점자 또한 5명이나 된다. 이들처럼 1년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수능위주 전형을 늘려야 학생들의 숨통이 트인다. 늦게 철든 학생들이 기댈 정시 전형이 늘어야 한다.

얼마 전 TV에서는 전교 꼴등에서 사교육 하나 없이 전국 상위권 성적을 받아 당당하게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공부의 달인 송시복군의 사연이 방송됐다. 송군은 “엄마, 여동생과 은행을 갔었다. 그런데 여동생이 엄마의 통장을 보고 ‘오빠, 우리 집에 돈이 하나도 없어’라고 말하더라. 가정형편이 그 정도인 줄은 몰랐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장남으로 할 수 있는 게 공부였다”며 스스로에게 하는 ‘동기부여’가 공부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공부 비법으로는 ‘이틀에 한 번씩 밥을 먹을 정도로 간절하게 수능 공부에 매달린다. 암기 과목인 국사를 똑같은 내용을 50번이나 필사하며 달달 외운다. 영어는 일주일 동안 같은 단어를 5번이나 시험 보며 자신만의 것으로 만든다. 식구들이 잠을 자도록 편의점에 앉아 공부하고 교무실로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질문하고 공부한다’였다. 전교 435등에서 전교 1등까지, 기적과도 같은 수능 점수는 송군의 끊임없는 노력이 이뤄낸 결과다. 

2년 전 개봉한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란 일본 영화는 따뜻한 가족애와 칭찬으로 최하위 2%인 사야카란 학생이 상위 2%만 가는 게이오대학에 진학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구제불능 문제아로 학교에서 낙인찍힌 사야카는 공부와 담을 쌓고 친구들과 노는 것이 인생 최고의 낙인 학생이다. 하지만 그녀를 절대적으로 믿는 엄마와 포기를 모르는 칭찬의 달인 ‘츠보타’ 선생을 만나 우등생도 꿈꾸기 힘든 명문대 진학에 성공한다.

불량소녀 사야카를 변화시킨 건 믿음과 칭찬이었다. 첫 시험 빵점을 맞았지만 츠보타 선생님은 “대단해! 대단해! 빈 칸이 하나도 없어! 한 문제도 빠짐없이 답안을 채우려고 노력했어! 넌 정말 최선을 다했구나! 잘했어!”라고 무한 칭찬을 한다. 츠보타 선생님은 끊임없이 사야카에게 “잘했어, 잘했어, 넌 최고야!”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데 교육심리학에서 말하는 ‘정적강화기법(Positive Reinforcement)’이다. 사야카가 초등수준의 테스트를 통과해도 방청객 수준의 리액션 칭찬을 함으로써 더더욱 공부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하게 만드는 기법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논리가 사야카에게 제대로 작용한 셈이다.

엄마의 믿음과 교사의 칭찬 덕분에 사야카는 점점 철이 들어가고,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사야카는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행복해지고, 본인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학교에서 공부를 포기하고 탈선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주변 어른들에게 큰 책임이 있다. 성장기에는 교사, 부모, 주변 어른들의 사소한 말 한 마디가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수능은 인생에 중요한 고비이지만, 인생까지 좌우하지는 않는다. 인생은 이제부터다.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룰 수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절대불변의 진리다. 수능에 실패했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다시 일어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꿋꿋이 전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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