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혁신학교는 김상곤 경기도 전 교육감을 시작으로 곽노현 서울시 전 교육감이 이어 받아 지금은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모든 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책이다.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인성을 앞세우는 이상적인 교육을 표방한다. 하지만 수능성적으로 선발하는 대학입시제도가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서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혁신교육은 이상향에 불과하다. 이론적인 혁신교육의 취지는 누구나 혹하고 공감할 수 있지만 학교현장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신설학교를 일방적으로 혁신학교로 지정하자 해당 학부모들이 반대하며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교육청은 “재건축이나 신도시 등으로 신설되는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것은 교육감 재량이라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 규정도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정한 규정일 뿐이다. 민주적이며 인성을 앞세우는 교육을 표방하는 혁신학교 지정을 의견수렴 절차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처리하는 자체가 벌써 혁신학교의 취지를 벗어난 행정이다.

혁신학교에서 3년간 근무한 필자의 소회를 2017년 칼럼에서 4회를 연재한 적이 있다. 혁신학교 근무당시 혁신학교를 주도하는 전교조 교사와 혁신학교의 방향을 반대하는 일반 교사로 양분되어 치열한 싸움을 했다. 매 토론마다 찬성반대로 갈려 난상토론과 감정 섞인 격한 대화가 오고가고 교내에서 서로 대면조차 하지 않는 사태까지 치달아 혁신학교근무에 회의를 느끼고 3년 만에 전보 신청을 했다. 혁신학교는 전교조 교사가 교육과정을 주도하는 학교라고 단정 지어도 과언이 아니다.

혁신학교는 자율학교로 20% 수업시수 감축이 가능하다. 이 범위 안에서 국영수 등 과목 시간을 줄이고 체험활동을 한다. 기초학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아이들을 현장체험 한다고 인사동, 대학로로 데리고 가 2시간 정도 공연보고 관람하고 점심시간 전에 집으로 돌려보내는 활동이 주를 이룬다. 시간이 남은 아이들이 PC방으로 몰려가는 건 당연하다. 체험활동의 지도 교사를 수업시수가 줄어든 교사가 맡으니 전문성이 떨어지고 형식적인 활동에 그친다. 

줄어든 수업 시수 탓에 교과서 진도를 다 못 끝내고 학기를 마치는 경우가 많다. 기초 학력 보다 창의성, 인성에 신경 쓰지만 창의성과 인성이 좋아졌다는 어떤 결과도 통계로 나온 게 없다. 창의성도 기본을 바탕으로 길러지는 것이지 체험활동 많이 한다고 창의성이 길러지지 않는다. 혁신학교가 성공하려면 교사가 혁신돼야 하는데 혁신학교에 적응하기 힘든 교사는 1년 만에 전보를 갈 수 있는 규정까지 만들어 전교조 교사와 그들을 지지하는 교사만 남는다. 결국 자기들만의 리그를 하고 있는 학교에서 무슨 혁신을 기대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초창기 혁신학교에는 일반학교에 비해 1년에 1억 5천의 예산이 추가 배정됐고 지금은 5천만원 내외의 예산이 추가 지원된다. 혁신학교를 만들지 말고 그 예산을 일반학교에 공평하게 배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게 하면 되는데 일반학교가 역차별 당하고 있다. 혁신학교에서는 주어진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억지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혁신학교의 예산 중 많은 부분이 교사와 아이들 간식비로 소진된다고 학교 행정실 관계자들이 증언한다.

진보교육감 체제하에서 전교조 교사와 이를 추종하는 일반 교사가 주축이 되는 혁신학교는 정권이 바뀌면 하나둘 소리 없이 없어질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학생의 기초역량 강화를 부르짖고 학력신장을 외치는데 혁신학교만 반대로 가고 있다. 혁신교육이 학력 저하를 부를 수 있다는 학부모의 우려는 철저히 무시한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하버드대학교 출신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학력보다는 놀이위주 수업을 통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니 혁신초등학교에서는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중학교에 진학한 후 후회하는 학부모가 많다. 아이들을 언제까지나 온실 안에서만 자라게 할 수 없다. 적당한 경쟁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도 길러줘야 한다. 학교는 정권에 따라 정책을 실험하는 실험장이 아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는 아이들은 사교육 받을 필요가 없다. 교육감 자녀들은 특목고 졸업시켜 명문대, 유학을 보내고 지금의 아이들은 혁신학교, 자유학년제로 학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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