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정말 잘 만들었다는 입소문이 나며 인기리에 방영되는 SKY캐슬이라는 드라마에 열광하는 사람이 많다. 모름지기 드라마라면 이 정도 스토리는 있어야 한다고 감탄하게 매회 생각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관심을 갖는 교육에 관한 내용이라 부모들 사이에도 울림이 크다. 대학입시를 앞둔 자녀를 키우는 부모와 이미 진학을 시킨 부모 입장에서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드라마는 대한민국 상위 0.1%에 해당하는 의사, 교수 부모가 모여 사는 SKY캐슬이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오로지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전력투구하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대리전인 부모들의 치열한 싸움에 관한 이야기다. 그 틈바구니에서 낙오하는 아이는 자책감으로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며 가출을 하거나 자살까지 시도한다. 아이들을 이렇게 극단으로 내모는 건 내신중심의 학종 입시제도와 부모들의 이기심이다.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부모의 욕망과 체면 때문에 아이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드라마에서는 사회, 학교, 부모 모두가 병든 상태를 최대한 보여준다. 한창 행복하게 자라나야 하는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잘못된 제도가, 학교와 부모가 얼마나 많은 아픔을 주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려는 의도다. SKY캐슬은 허구의 특별한 동네의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우리 사회의 상류층 어느 곳에선가 벌어지는 비슷한 사건을 극화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과장된 이야기 같지만, 아이들이 겪는 불행만큼은 과장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감이 높다.

SKY캐슬에서는 끊임없이 충격적인 사건들이 터진다. 부모의 이기심에 서울대 의대에 입학한 후 자퇴를 하며 식모와 사랑에 빠진다. 부모에게 가장 큰 선물을 안겨주고 기뻐하는 순간 그 기쁨을 앗아가며 복수를 하라고 부추긴 입시코디 탓이다. “더 이상 당신들의 자식으로 살지 않겠다”며 집을 나간 아들을 잃은 슬픔에 엄마는 자살을 한다. 교수 부친의 허영심에 하버드대학에 합격했다며 미국에서 1년 동안이나 가짜 대학생으로 살아가다 발각되는 아이도 있다. 하버드대학 측에서 손해배상까지 당하지만 엄마의 처절한 반성으로 다행히 비극은 모면한다. 전교 1등, 전교회장, 서울대 의대 입학을 목표로 골드바까지 갖다 바치며 고액 초빙된 입시 코디는 최고 성적을 올리는 대신 아이들의 영혼을 파괴하고 종국에는 가족까지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부모들의 채찍질에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친구를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같은 반 친구마저 라이벌로 여기고 서로를 짓밟으며 혼자 살아남으려 한다. 드라마는 학종 제도하의 내신 지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현행 학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수능은 보이지 않는 친구들이 경쟁자라면 학종은 내 단짝을 비롯해 우리 학교 아이들 모두를 경쟁자로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끼리 협동하며 우정을 기르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학종 제도하에서는 주중에는 내신 공부로, 주말에는 봉사활동을 다니느라 마음 편히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경험을 쌓고 책을 읽을 시간조차 없다.

공부도 재능이다. 공부가 싫은 아이에게 억지로 공부를 강요하는 것은 그 아이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상위권 가정에서 남부러울 것이 없이 자라며 성적도 좋은 아이가 학교에서 폭력적인 경우가 많다. 부모에게 받은 억압된 분노가 자기보다 약한 아이한테 폭발하는 것이다.

신이 자식을 주신 이유가 ‘네 맘대로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자식으로 인해 겸손해지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생에 빚쟁이가 자식으로 태어난다는 말도 있다. 이런 이유 탓에 대부분 부모들은 자식에게 일종의 채무 의식이 있다. 자식이 원하지 않아도 사회에서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명문대 졸업장을 만들어 주려 애쓰며 갈등이 폭발한다.

비록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지 못하고 방황하더라도 아이를 존중하며 하고 싶은걸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올바른 부모의 자세다. 아이들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부모는 인생의 선배로서 좋은 길잡이 역할만 해주면 된다. 자식은 내 소유물이 절대로 될 수 없다. ‘어리석은 부모는 자식을 자랑거리로 삼는다. 그러나 현명한 부모는 아이들의 자랑거리가 되려고 노력한다’는 ‘엄마 반성문’이란 책의 글귀가 와 닿아야 올바른 부모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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