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모든 제후들의 추대를 받은 근왕병의 대장군 원소는 손견을 전 장군으로 하여 낙양 공격의 명령을 내렸다. 낙양에서 날마다 잔치를 베풀고 술에 절어 있던 동탁은 사수관에서 온 급보를 받고 장수들을 불러 모아 대책을 물었다. 여포가 나서며 원소와 조조의 목을 단번에 베어 바치겠다고 호언하자 동탁은 기뻐하며 격려했다.

동탁의 칭찬이 채 떨어지기 전에 여포의 등 뒤에서 한 장수가 큰소리로 외쳤다.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겠습니까? 온후께서 친히 가시지 아니해도 좋습니다. 내가 가서 모든 제후들의 수급을 주머니 속의 물건 취하듯 하여 돌아오겠습니다.”

동탁이 바라보니 키는 9척이나 되고 호랑이 체격에 이리 허리요, 표범의 머리에 원숭이의 팔뚝인데 관서 사람 화웅이었다. 동탁은 화웅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어, 장한지고. 화웅에게 효기 교위 벼슬을 주어 승진을 시켜라. 그에게 발마와 보병 5만을 주어 이숙, 호진, 조잠과 함께 적을 무찌르게 하라.”

이날 밤에 화웅은 군사 5만을 거느리고 세 장수와 함께 사수관을 향하여 달렸다.

한편 근왕병 측에서는 손견이 선봉대장이 되어 나가는 것을 보자 제북상 포신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손견한테 공을 빼앗기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는 자신의 아우 포충에게 말했다. “너에게 군사 3천을 줄 테니 지름길로 달려가서 손견보다 먼저 공을 세우라.”

포충은 즉시 보병 3천을 거느리고 샛길로 사수관을 향하여 달려가서 화웅에게 싸움을 걸었다. “역적 동탁의 주구들은 빨리 나와서 내 칼을 받아라!”

화웅은 크게 노하여 철기 5백을 거느리고 사수관 문루에서 뛰어내려 포충의 군사를 포위하여 쳐들어갔다. 원래 포충의 군사는 보병이요, 화웅의 군사는 말을 탄 철기군이었다. 포충의 군사가 화웅의 군사를 당해 낼 수가 없었다. 포충이 급히 쟁을 쳐서 군사를 물리려 할 때였다. 

“적장은 비겁하게 도망치지 말라!” 화웅은 대갈일성을 지르며 포충의 뒤를 쫓아 칼로 쳐서 말 아래로 떨어뜨렸다. 장수를 잃은 포충의 군사들은 추풍낙엽처럼 어지러이 흩어졌다. 

화웅은 일전을 크게 이겨 무수한 장교를 산 채로 잡은 뒤에 포충의 수급을 베어 동탁이 있는 승상부로 보냈다. 동탁은 화웅에게 특사를 보내어 도독 벼슬을 주었다.

한편 손견은 선봉장이 되어 효용이 뛰어난 네 명의 장수를 앞세우고 사수관으로 짓쳐 나오니 네 장수 중의 한 사람은 정보란 인물로 철모 사창을 잘 쓰고, 한 사람은 황개라 하는데 철 채찍을 잘 쓰고, 또 한 사람은 한당인데 장검을 잘 다루었다. 마지막 사람은 조무인데 쌍도를 다루는 데 유명했다.   

근왕병 선봉장 손견은 몸에 난은을 박은 화려한 은갑옷을 입고 머리에는 붉은 수건을 쓰고 고정도를 비껴 든 후에 화종마 위에 높이 앉아 사수관 문루를 손으로 가리키며 꾸짖었다. “악한 자를 도와 더욱 악한 일을 도모하는 자들아. 어서 빨리 나와 항복하지 않느냐? 나는 근왕병 선봉대장 오정후 장사태수 손견이다.” 

그 말에 화웅의 장수 호진은 크게 노하여 군사 5천을 이끌고 손견을 공격하기 위해 관문을 나섰다. 이에 손견의 아장 정보는 호진이 손견을 공격하자 철사모창을 높이 들고 말을 채쳐 호진을 취하려 짓쳐나갔다. 호진과 정보는 칼과 창을 부딪쳐 싸운 지 두어 합이 되지 못하여 정보는 번쩍 창을 들어 단번에 호진의 인후를 찔러 말 아래 떨어뜨리니 손견의 군사들이 응원하는 고함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손견은 때를 잃지 않고 급히 군사를 휘몰아 사수관을 공격해 무너뜨리려 하니 문루에서는 화살과 돌이 여름철 소나기 퍼붓듯 쏟아졌다. 아무리 강동의 맹장인 손견이라 하나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잠깐 군사들을 물려 양동에 진을 치고 원소한테 보발을 띄워 적장 호진을 죽여 일진을 크게 이긴 일을 보고한 뒤에 근왕병의 군량미 책임을 맡은 원술에게 양식을 보내라고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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