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현대판 고려장의 악습
[이재준 문화칼럼] 현대판 고려장의 악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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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소리꾼 장사익이 부른 노래 가운데는 ‘어머니 꽃구경 가요’가 필자에겐 제일 가슴에 와 닿는다. 국내는 물론 해외 공연에서 이 노래를 들은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왜 이 노래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것일까.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혀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핀 봄날/ 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 꽃구경 봄구경 눈감아버리더니/ 한웅큼씩 한웅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

어머니는 꽃구경 가자는 말에 얼싸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다. 마지막 가는 길인 줄도 모르고 점점 산이 깊어지자 ‘아이구머니나’ 그제야 아들의 의중을 알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이 혹 길을 잃을까 솔잎을 따서 가는 길에 뿌리는 것이다. 아들이 그것을 알고 절규하듯 내뱉는 소리는 더 처연하다.   

‘어머니 지금 뭐 하신대유~/ 아 솔잎을 뿌려서 뭐 하신대유~’ 장사익 노래는 일본 고쇼쿠시에 내려오는 기로설화(棄老說話)와 비슷하다. 바로 늙은 부모를 버리는 ‘오바스테(姨捨, おばすて)’라는 풍속이다. 아들 등에 업혀 산으로 가는 어머니가 길을 잃을까 솔잎을 뿌려준다. 어머니의 사랑에 감동한 아들은 어머니를 다시 등에 업고 하산한다는 얘기다.

효(孝)를 인(仁)의 최고 덕목으로 여긴 유교사회에서 고려장 같은 풍속은 상상할 수 없었다. 신라 효자 손순(孫順)은 딸이 홀어머니의 밥을 매번 뺏어먹자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어머니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딸을 땅속에 묻으려 했다. 산으로 가 땅을 파자 그 속에서 귀한 석종(石鐘)이 있었다. 신라인들은 그를 하늘이 낸 효자라고 칭송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기로설화가 생긴 것일까. 고대 부여의 풍속에 죽은 자를 들에 장사지내 새의 밥이 되게 하고, 악질(惡疾)이 있으면 병든 자를 집안과 격리시킨 경우가 있었다.  

고대 고분을 속칭 고려장이라고 부르는데 노인을 버리는 기로설화에 가탁된 것이라고 한다. 토기 등 다양한 그릇이 부장품으로 찾아지는 것은 고분 안에서 버려진 노인이 사용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현대에 와서 늙고 병든 부모를 버리거나 방치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요양병원에 있던 한 노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병원 직원이 아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냥 끊더라는 것이다. 병든 부모를 병원에 맡기고 한 번도 찾지 않는 자식들도 많다고 한다. 각박한 삶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이런 상황까지 도달한 것인가.

선진국이라는 일본도 버려지는 노인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이타마현에서만 1년에 10명의 노인이 유기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하위 빈곤국의 전체 노인 유기수보다 많은 숫자다. 

얼마 전 일본에서 중년여성이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려 ‘현대판 오바스테’라고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치매 노인은 자신의 이름은 물론 주소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딸의 이름만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경찰은 치매 노인의 진술을 바탕으로 전산망으로 딸의 소재지를 파악해 그녀를 체포했다고 한다. 

‘천하에 가장 소중한 것은 내 몸이다. 그것은 부모가 주신 것임을 알아야 한다’는 율곡(栗谷李珥) 선생의 가르침을 새겨야 할 시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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