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모에화’는 보통의 의인화(擬人化)와는 다르게 특정 대상을 소년, 소녀의 모습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모에 의인화(萌え擬人化) 또는 모에화(萌え化)라고도 한다. 주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주인공을 소년·소녀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표현해 독자들의 호감을 갖게 만든다. 지금 일본사회에서는 전두환, 노태우, 장세동 등 한국의 제5공화국 주역들에 대해 모에화가 등장해 인기몰이하고 있으며, 이 문제가 국내까지 번져 비판받는 등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오래전에 국내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제5공화국’이 DVD로 출시되고 나서 일본사회에서 유력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바, 그 영향으로 제5공화국 등장인물들에 대한 다양한 모에화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내용들이 국내 인터넷에서도 올라오고 있으며 5공 실세들의 그림이 미소년으로 그려져 있고, 트위터 이용자는 전두환·노태우 전(前) 대통령 등 한문 이름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5공인사에 대한 찬사는 비단 일본만이 아니다. 국내 극우성향의 단체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전탱크’라는 호칭으로 부르면서 남자다움 등을 미화하고 있다. 또 보수의 아이콘인 TK(대구·경북)에서 그 당시를 경험했던 노인과 부녀자들은 그 때가 경제적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좋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민주화나 정치적인 면을 언급하지 않고 단순히 경제적인 면을 부각시키며 5공시절을 끄집어낸 배경에는 현재 경제가 워낙 좋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이런 옛 향수 회상은 현실 경제에 대한 비판이자 실업시대가 낳은 어두운 그림자이기도 하다.

3분기 실업자 수가 110만명을 넘어 외환위기 이후 등 최악의 고용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민간기업과 협력해 획기적인 일자리 대책을 만들어야 하지만 정부는 공무원 인력 증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부처에서 필요한 공무원을 추가 채용하면 장기적으로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뻔한 이치다. 공무원을 뽑게 되면 정년퇴직 시까지의 임금과 그 이후 연금을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음에도 매년 자연 감소분에 상당하는 공무원 증원이 아닌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무원 증원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인 17만 4천명 증원을 공약했고, 소방관, 경찰, 군인, 교원 등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추가로 채용할 계획으로 있는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정부부처에서는 ‘묻지마 증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2년간 정부부처가 9만여명을 증원 요구했고, 이 가운데 2만 3천여명이 승인됐다. 이는 박근혜 정부 초기에 공무원 증가 인원의 2배가 넘는 수치다. 고용이 발등의 불인 현실에서 공무원 증원이 당장은 고용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청년실업을 공무원 채용으로 메우겠다는 것은 위험천만인 발상이다.    

정년퇴직 등 공무원 자연감소분에 대한 증원은 인력충원계획상 당연하다. 하지만 고용 부진 대책으로, 또 청년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공공부분에서의 일자리 확보는 정상적이지 않다. 공무원을 한번 선발하면 정년퇴직시까지 임금과 그 후 사망시까지 들어가는 연금은 막대한 금액이다. 재직기간에다가 퇴직연금·유족연금 평균 수급 기간인 27.9년을 더하면 60년 가까이 돈을 줘야 하니 임시 먹는 곶감 맛에 취해 공무원을 증원하는 것은 더 큰 후유증을 낳게 된다.

인사혁신처의 ‘공무원충원 계획에 따른 공무원연금 장기 재정추계 결과’ 자료를 보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에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로드맵’에 따라 2022년까지 공무원 수 17만여명 증원이 될 경우, 추가 인원에 대한 인건비는 별도로 치더라도 올해부터 2088년까지 70년간 공무원연금 부족분 추계는 약 21조 231억원이다. 가뜩이나 현 상태에서도 정부예산으로 공무원연금 부족분 보전에 어려움을 겪는 판인데 추가 채용된 공무원분 6조 9500억원까지 합산할 경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금부족분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무원 채용을 중단하자는 게 아니다. 퇴직 등 자연감소분에 따른 증원분 7만여명과 함께 인력부족 분야인 소방관, 경찰, 교원 등에 대한 연차적인 보충은 필요하다. 그렇긴 해도 지금처럼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묻지마 증원’ 식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인력진단으로 남아도는 부처의 인력 축소와 함께 재배치 등을 통해 공직사회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고용 진작과 청년일자리 확보책만의 공무원 증원은 후일에 화를 자초하는 일이 된다. 

실업률이 고공 행진할수록 민간일자리 확충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공무원 증원이 당장은 손쉬운 방법이겠지만 ‘공무원 1명 늘면 민간 일자리가 1.5개 줄어든다’는 경제학자의 진단도 있고, 그리스 재정위기도 엄청난 수의 공무원 증원에서 비롯됐으니 그 교훈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청년들이 오직 공무원 되기에 매달려 있는 사회는 정상사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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