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들이 일하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백수’ 소리를 들어야 하는 당사자가 얼마나 속상하고 힘들까마는 곁에서 걱정하며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도 편하지 않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큰 문제로 떠오른 고용문제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놓고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 현황을 확인하며 독려했지만 고용 결과는 그리 신통치 못했다.

각종 경제 선행지표에서 경기 부진과 고용 상태 악화 예고음이 나오자 정부는 서둘러 대비했다. 일자리 예산으로 2018년 본예산과 2년 연속 확보한 추경 등 54조를 지원했지만 매월 30만~40만명에 달하던 신규고용마저 뚝 떨어져 8월 취업자는 2690만 7000명으로 작년 8월보다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업자 수가 7개월 연속으로 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대학교를 졸업한 25~34세 청년실업자 수가 34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IMF사태 이듬해인 1999년 43만 4000명을 기록한 후 19년 만에 최대 증가치이니 이쯤 되면 ‘고용 재난’이라 할 만하다.

경기가 나빠지고 구직난이 사회문제로 이어가자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선 시절 공약사항인 공무원 17만명 증원을 들고 나왔다. 정부예산으로 청년 일자리를 확보한다는 손쉬운 방법이었으니 이에 따라 정부는 작년 한 해에 공무원 1만 9293명 늘렸던바, 2016년 공무원 증원(8191명)의 2배가 넘는 수치이다. 이로 인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되고 있으니 하나는 막대한 공무원 인건비다. 30년 근속기준으로 볼 때에 1인당 17억 3000만원가량 들어가 총 32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24조원가량의 공무원 연금 부담이 더 들어가게 된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공무원을 대거 늘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소한다는 입장에 변함없으니 젊은이들은 공무원시험에 매달려 많은 기간을 보내고 있다. 정부통계를 보면 작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20~29세 청년 인구는 644만 5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추정되는 공무원시험 준비생 수는 평균 44만명으로 알려지고 있는바, 한 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인원이 응시생에 비해 극소수인 현실에서 청년들은 몇 년째 공시족으로서 생활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6년에 조사·분석된 자료지만 공무원시험 준비생 실태에 관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자료에서 청년들이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직업의 안정성을 꼽았다. 그리고 처음 공무원 시험을 결심한 시기를 보면 대학교 3~4학년 때이고, 평균 나이는 24.5세였다. 공무원 시험 준비 기간 동안 공부시간은 10~12시간이 가장 많았는데, 하루 평균을 치면 8.7시간을 공부한다는 것이다. 준비생들이 예상하는 합격 평균 소요 시간은 24.3개월로 최소 2년 이상은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해야 합격한다는 기대치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날이 갈수록 공시족 증가로 최근시험에서 경쟁률이 높이지고 있는바, 지난 8월에 실시된 7급국가공무원 필기시험 경쟁률은 47.6 대 1로 나타났다. 일부 공시족들은 요즘에는 청년 취업이 막히고 대기업 등 취업 길이 좁아서 로스쿨 졸업자들도 7급 시험에 응시하거나 심지어 순경공채시험에 응시한다고 하니 대학을 나와 짧은 공시 준비로 합격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서 일부 준비생들이 24시간 밀착 관리 교육을 받는 공무원 기숙학원에 들어가 반복학습이나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기도 하는데 공무원 입시 학원의 양상도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공시족들이 2년 동안 공부하면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다. 처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2~3년간 열심히 공부하다가 떨어지면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하지만 일단 공시족에 발을 들어놓으면 그간 공들인 노력과 시간, 가족의 기대 등이 있어 쉽게 그만두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가 3~4년이 기간이 흐르고 계속 낙방을 하다보면 비로소 다른 직장을 구해 공시족에서 탈출하게 되는데 그동안 공들인 시간들이 대단히 아까운 것은 사실이다.   

또 쉽사리 공직에 발을 들여놓아도 막상 공무원 일을 하게 되면 공직사회의 특성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아 고민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필자가 최근 만난 어느 교통경찰관은 현 직장이 성격에 안 맞고 하는 일에 비해 보수도 너무 적어 퇴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취업이 안된 청년들이 경찰 순경시험 합격에 목을 매다는 현실에서 그 경찰관의 말이 생경하게 들리고 배부른 소리라고 치부할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직업상의 애로가 많을 것이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국가공무원 2만 1천명, 지방직공무원 1만 5천명이 증원 예정이다. 많은 공시족들은 시험에 떨어져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에서도 하루 평균 8시간 이상을 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경제여건이 좋고 일자리가 많았으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분야에서 꿈과 실력을 펼쳤을 청년들이 공시족이 돼 숨 죽여 가며 젊음을 보내는 현실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