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국민연금은 말 그대로 국민이 노후생활을 위해 자신이 평소에 낸 금액에 비례해 일정 연령이 되면 받는 보험성의 돈이다. 지난 1988년에 시작된 국민연금제도는 이제 30돌을 맞았지만 당초 취지와는 달리 대체지급 연금 액수가 적은 까닭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정시키면서 개편의 도마 위에 올라있다. 지난 5월 현재 국민연금 전체 수급자는 447만 877명으로 월평균 연금액은 37만 7895원이었으니 이 금액으로 65세 이후 직업소득 없는 입장에서 노후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는 턱 없이 모자랄 판이다. 

국민연금 수급자들은 최소한의 노후생활 유지가 어려운 국민연금에 대한 개편을 원하고 있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것을 원하지만 국민연금 대상자의 기준소득월액이 최저 29만원에서 최고 449만원으로 낮게 책정돼 있고, 또 법정부담률 9% 중에서 개인이 그 반인 4.5%를 부담하고 있는 현실에서 ‘저부담 고복지’ 체제 보장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부담률과 기준소득액, 그리고 소득대체율 인상을 원하고 있지만 국민정서가 국민연금 추가 부담을 원하지 않고 있으니 추가 부담을 전제로 하는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은 겉돌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법에서 연금 재정추계를 5년마다 하도록 되어 있는바 지난 2003년 1차 추계발표 이후 올해에는 4차 재정추계가 발표됐다. 이 발표에 따르면 현 제도가 계속 운영된다는 가정 하에서 2060년에 소진될 것이라 예상됐던 국민연금이 3년 앞당겨 2057년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대상자뿐만 정부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연금 개편안을 마련 중인데 얼마 전에는 공식 발표 전에 국민부담이 늘어난다는 내용이 외부로 유출돼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자문안으로 고려되고 있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 지급시기를 늦춘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국민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보험료 인상을 기초로 한 국민연금 개편안(초안)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사회적 합의 없는 보험료 인상은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 한편 청와대에서는 국민연금 개편안 외부 유출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국·과장의 휴대폰을 수거하는 등 반응을 보였는데 정보 유출이 개편안의 판을 깼다는 말도 정치권에서 들려오고 있는 중이다. 

국민연금과 연관해 소득대체율 인상은 정부의 국정과제다. 이 제도가 시작될 당시인 1988년에는 70%였던 소득대체율이 보험료 인상 없는 기조 위에서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개편을 통해 40%까지 낮춰진 상태다. 그 이후 10년이 넘었지만 국민연금 재정안정화에 마련된 ‘최대한 빨리 단계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역대정부에서는 보험료율 인상을 미뤄오고 있으니 국민의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당초 제도 취지와는 달리 자칫 용돈 수준으로 전락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봉착하게 됐다. 그럼에도 ‘덜 내고 더 받는’ 식으로 개편되기를 원하다보니 민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이 요원한 입장에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과 관련해 언론과 국민은 공무원연금과 곧잘 비교하곤 한다. 국민연금 수급자들은 공무원연금과 비교해 형평성에서 뒤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국민연금에 대해 혜택 부여 강화를 요구하는 중이다. 하지만 엄격히 따져보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상호 비교는 가능하나, 두 연금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짚어 국민연금이 불리하다는 것은 올바른 평가가 아니다. 공무원연금이 갖는 특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두 연금제도 상호비교로 국민연금에서 부족하거나 보완점이 있다면 개편 시 방향성으로 제시하는 것이 옳은 시각이라고 본다.

국민연금의 개인당 부담률이 기준소득의 4.5%(직장에서 4.5% 부담)이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부담률 17% 가운데 개인이 8.5% 부담하는바 이것만 해도 국민연금 부담률의 두 배와 거의 맞먹는다. 또 기간에서도 국민연금은 평균 23년인데 비해 공무원연금 수급자들은 33년을 부담해왔다. 그러다보니 실질소득대체율에서 차이가 나게 마련인데 공무원이 퇴직 시까지 더 많은 돈을 부담했으니 국민연금 수급자보다 연금을 더 많이 받는 게 당연하다 하겠다. 국민연급 수급자가 전체적으로 가입기간이 짧은데다가 낸 보험료가 적지만 평균 수익비만 따져본다면 낸 돈의 1.5배를 받고 있고,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부담한 돈의 1.48배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적립된 국민연금이 2057년에 모두 소진된다고 하니 국민연금 개편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역대정부에서 보험료 인상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동안 국민연금은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용돈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바, 정부가 전후 사정을 고려해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대처해야지 눈치만 보다가 죽도 밥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핵심 문제는 향후 얼마나 노후소득보장제도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가인데 ‘저부담 고복지’가 정답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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