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은 복음이 사망한 대표적 나라다. 하나님의 복음이 가장 필요한 땅임에도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와 은총은 북한을 70여년째 외면하고 있다. 하여 북한 동포들은 “왜 북조선에는 하나님이 안 계시냐?”고 절규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두 신을 섬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북한에는 김일성 수령의 절대 우상화가 존재하는 나라다. 오늘 김정은 위원장도 최고 존엄으로 그의 권위에 위신에 도전하는 것은 곧 죽음이다. 자비와 은총이 없는 북한 땅에서 인권이 짓밟히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며칠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초청 메시지를 전달한 데 대한 답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9.19평양정상회담에서 ‘교황을 평양으로 초청하면 어떻겠냐’고 물었고, 김 위원장은 ‘오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교황이 긍정적인 방북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교황이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그 자체로 대사건이다. 한반도의 긴장과 갈등을 뒤로 물리고 평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나 70여년 폐쇄·억압 구조에서 살아온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과 자유의 문을 여는 서광이 될 것이란 점에서 가슴 벅찬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단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즉위 이듬해인 2014년 아시아 국가 중, 한국만 단독 방문한 것도 그 이유라고 한다. 문 대통령도 취임 직후 김희중 대주교 편에 친서를 전달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교황의 지속적인 역할을 요청해왔다. 그 때문인지, 문 대통령에 대한 교황청의 예우는 각별했다. 교황청 국무원장이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 미사’를 집전했다. 문 대통령은 미사 뒤 연설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하는 일”이라며 “우리는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기까지 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가 심각하고 실질적인 종교의 자유와 성직자가 없다는 점 등이 장벽이 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구촌의 갈등을 중재하면서 파격을 주저하지 않았다. “사제가 할 일은 분리와 단절의 벽을 제거하고 형제애의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라는 신념에서다.

이른 시기에 희망의 씨앗이 북한 땅에 뿌려지길 기대한다. 그럼에도 교황의 방북 의사 표명만으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로 가는 여정에 든든한 정신적 지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협상을 주선하기도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회 있을 때마다 남북 화해 노력에 지지를 표명해 왔다. 교황이 아바나를 다녀간 후 쿠바와 미국은 수교하고 정상적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방문에도 교황은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열리는 바쁜 와중에도 1시간 가까이 면담시간을 내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시절부터 교황 방북을 추진해 왔다.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방편이긴 했지만 그간 다양한 접촉을 통해 교황청과 교류를 계속해 왔다. 하지만 지금껏 교황 방북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실질적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북한 체제의 한계 때문이었다. 북한엔 가톨릭 신자가 극소수에 불과하고 성당도 ‘쇼윈도’에 불과한 장충성당이 유일하다.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려면 북한 정권은 최소한 주민들에게 종교와 선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종교는 인간정신의 건강한 기능을 대표한다. 종교의 자유야말로 억압적이고 폐쇄적인 북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추동력이 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성사돼 북한이 자유로운 영혼들의 땅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하는 기도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현재 북한에는 기독교 교회 2개와 하나의 성당, 곧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장충성당이 있다. 묘향산의 보현사를 비롯해 명산에는 절이 남아 있다 보니 결국 제일 존재영역이 넓은 종교는 불교가 되고 말았다. 가톨릭이 상대적으로 많이 탄압된 이유는 간단하다. 가톨릭은 로마 교황청의 영역 안에서 제도적으로 성마리아를 섬기는 국제신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각기 분산된 모습을 보이는 일반 교회와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톨릭을 허용할 경우 북한을 폐쇄 고립의 나라로 통치하는 데 절대 불리한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상대적으로 가톨릭을 더 철저하게 탄압했던 것이다. 교황이 북한을 찾으면 인권과 평화정착 등 북한 변화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교황의 방북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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