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던 중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8.9.20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던 중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8.9.20

남북 정상 내외, 백두산 천지 산책

[평양공동취재단=천지일보 명승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백두산 천지에서 손을 맞잡았다.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는 이날 오전 9시 33분쯤 백두산 천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군봉에 도착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중국 사람이 부러워한다. 중국 쪽에서는 천지를 못 내려간다. 우리는 내려갈 수 있다”며 “백두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다”고 자랑했다.

또 리설주 여사가 “(백두산은) 7~8월이 제일 좋다. 만병초가 만발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 만병초가 우리 집 마당에도 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한라산에도 백록담이 있는데, 천지처럼 물이 밑에서 솟지 않고 그냥 내린 비, 이렇게만 돼 있어 가물 때는 마르다”고 설명했다.

천지 수심 깊이가 얼마나 되느냐고 김 위원장이 질문을 던지자, 리 여사는 “325m이다. 백두산에 전설이 많다”고 답했다.

리 여사는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다”며 “아흔 아홉명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또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아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아서 앞으로 북남 간 새로운 역사를 또 써나가야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번에 제가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지요. 평양 시민 앞에서 연설도 다하고”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위원장께 지난 4.27 (정상)회담 때 말씀드렸다. 한창 백두산 붐이 있어 우리 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많이 갔다”며 “지금도 많이 가고 있지만, 그때 나는 ‘중국으로 가지 않겠다, 반드시 나는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져서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요”라며 “분단 이후에는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으니까”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천지에 내려갈 것이라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예, 천지가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궈 보고 싶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내려가면 잘 안보여요. 여기가 제일 천지 보기 좋은 곳인데 다 같이 사진 찍으면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이후 남북 정상 내외는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문 대통령이 “여긴 아무래도 위원장과 함께 손을 들어야겠다”라며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치켜세우며 포즈를 취하자 주변 수행원이 박수를 쳤다. 남북 정상은 양측 수행원과도 번갈아가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님 모시고 온 남측 대표단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 찍으시죠. 제가 찍어드리면 어떻습니까?”라며 농을 건네기도 했다.

특히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번에 서울 답방 오시면 한라산으로 모셔야 되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어제,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신다면 답해야 하겠다”고 밝혔다.

리 여사는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고 하자, 김정숙 여사는 “한라산 물 갖고 왔어요.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여사는 제주도 물을 채워왔고, 천지로 내려간 뒤 일부를 뿌리고 천지 물을 담아 합수할 생각으로 병을 가져왔다고 한다.

두 정상 내외와 일행은 천지를 내려가던 중 백두산행 열차가 오가는 간이역 ‘향도역’에 잠시 들렸다. 이후 케이블카를 타고 천지로 내려가 산보를 하고 올라와 오전 11시 2분쯤 오찬 장소인 삼지연초대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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