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삼국지] 동탁의 농권(弄權) 8
[다시 읽는 삼국지] 동탁의 농권(弄權) 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종윤 소설가

 

동탁은 이유를 보내 폐제를 죽이라 했다. 이유는 독주와 단검과 비단 줄을 내어 놓고 협박했다. 그때 폐제의 아내 왕비 당씨가 이유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첩이 황제 폐하를 대신해 술을 마실 테니 공은 원컨대 모자분의 생명을 보존해 주십시오.”

이유는 애걸하는 당비의 말을 들을 리 없었다. “네가 무엇이기에 폐제를 대신해서 죽겠다는 것이냐?” 그렇게 말을 마친 이유는 독주를 하태후에게 주면서 먼저 마시라고 윽박질렀다.

하 태후는 슬픔이 폭발했다. 먼저 죽은 오라비 하진을 원망했다. “하진이 미련해서 역적 놈을 경성으로 끌어들여 가지고 오늘날 이 지경을 당하게 하는구나.”

이유는 또 다시 폐제를 협박해 빨리 독주를 마시라고 재촉했다.

“나와 어머니가 영결(永訣)할 틈을 달라.” 폐제는 말을 마치자 통곡을 하면서 구슬피 노래를 지어 불렀다.

- 천지가 바뀌었네. 해와 달도 거꾸로 떴다/ 만승 자리를 버리고서 제후의 몸으로 떨어졌네/ 신하의 핍박을 받음이여. 명이 오래지 못하리라/ 대세는 가버렸다. 부질없이 눈물만 쏟아지네. -

폐제의 왕비 당비도 옆에서 통곡을 하다가 눈물을 머금고 노래를 불렀다.

- 하늘이 무너지니 땅마저 쓰러진다/ 아내 된 이 몸 따라가지 못해 한이로세/ 생사가 갈렸구려 이제는 영결/ 외로움을 어찌하나 마음만 슬프구나. -

당비는 노래를 부른 뒤 폐제를 얼싸안고 통곡했다. 이유는 눈을 부릅뜨고 큰소리로 꾸짖었다. “동 상국께서 빨리 회보를 하라 하셨는데 너희들은 죽기를 모면하려 하여 이같이 지연하니 아무도 너희들을 구원해 줄 사람이 없다.”

하태후는 입에 거품을 물고 이유를 꾸짖었다. “동탁 역적 놈이 우리 모자를 핍박하고 너희 놈들이 악한 것을 도와주니 네 놈들은 반드시 멸족을 당하고 말리라.”

그 말에 이유는 부아가 머리꼭지까지 올랐다. 벌떡 일어나 두 손으로 하태후를 번쩍 안아 정자 아래로 던져 버리고 무사들에게 백릉대 비단 줄을 던져 주었다. “속히 당비의 목을 졸라 교살시켜라.”

무사들은 희고 긴 비단 줄로 가련한 당비의 목을 사정없이 졸랐다. 그러자 이유는 폐제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독주를 부어 넣었다. 이유는 참혹한 일을 끝낸 뒤 동탁에게 보고하니 동탁은 시체를 성 밖으로 끌어내어 장사를 지내게 했다.

그 뒤부터 동탁은 안하무인이었다. 밤마다 궁궐에 들어가 궁녀들을 겁탈하고 용상에서 잤다. 동탁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흉포하고 거만해졌다. 눈 아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2월 어느 날 동탁은 군사를 이끌고 군사들을 교련시킨다고 양성 지방으로 향해갔다. 때마침 봄철이었다. 농사를 짓는 백성들은 두레패를 모아 놓고 굿을 하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 온 동네 사람들이 하루를 즐기고 있었다.

동탁이 부하들에게 무엇이냐고 묻자 농부들의 두레패라고 일렀다. “내가 군대를 거느리고 왔는데 두레패가 다 무엇이란 말이냐? 저 놈들이 역적질을 하려고 두레를 꾸몄구나. 모조리 잡아 죽여라!”

동탁의 명이 떨어지니 병사들이 동네 백성들을 급히 포위하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조리 죽여 버린 뒤에 백성들의 집에 들어가 재물을 털고 천여명 백성들의 머리를 베어 경성으로 들어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